회원동정 회원주소록 회원주소 변경 신청 회원작품 회원새책 문학 in 미디어 회원 게시판 사무처에 바란다

회원동정

회원주소록

회원주소 변경 신청

회원작품

회원새책

문학 in 미디어

회원 게시판

사무처에 바란다

문학 in 미디어

이 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이 글을 C공감으로 보내기 rss
조회 1072
글자 크게 하기 글자 작게 하기 프린트
제목 [손홍규의 로그인] 씨가 되는 말
이름 관리자



형제가 없는 나는 어린 시절 사촌형을 무척 따랐다. 사촌형 역시 나를 친동생처럼 대했다. 물놀이를 가서는 머리통을 눌러 물을 먹이는 등 짓궂은 장난을 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걸 보면 친하다는 말의 의미는 좋은 것으로만 이루어진 관계를 뜻하지는 않는 듯하다. 좋은 점, 나쁜 점 다 겪으면서 사람 사이는 두터워지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도 한 가지만은 참기 힘들었다. 사촌형은 언젠가부터 습관처럼 말끝에 ‘이 망할 자식’을 달고 살았는데 그 말이 내게는 정겹기는커녕 저주처럼 여겨지는 거였다.

사촌형은 한동안 그 말을 유행어처럼 내뱉으면서 퍽 즐거워했다. 밥 먹었니? 이 망할 자식. 낄낄. 오늘은 낚시하러 가자, 이 망할 자식. 낄낄…. 나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무언가를 저주할 수 있으려면 형만큼은 나이를 먹어야 되나 보다 생각했을 뿐이다. 언어의 차이, 어떤 말을 쓰느냐의 차이가 세계관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걸 그 시절 어렴풋이 깨달았다. 형은 그 즈음 무언가에 반항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훗날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말의 차이를 민감하게 생각했던 때문인 듯하다. 어느 날 우리는 고모가 차려준 밥상 앞에 얼굴을 맞대고 앉았는데 형은 여느 때처럼 ‘밥 먹자, 이 망할 자식’이라 말하고 말았다. 한참동안 고모의 훈시가 이어졌다. 나도 그 자리에서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처음 들었다. 씨가 되는 말. 밥을 먹고 난 뒤 형은 내 손을 잡고 나가더니 여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렇게 속삭였다. 내가 너 정말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는 거 알지? 물론 알아요, 형. 순진하기는.

<2011. 05. 24>




목록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25 시인의 편지/도종환   태풍은 기다림이다 新詩 2015.04.15. 387
손홍규의 로그인   씨가 되는 말 관리자 2011.05.30. 1073
323 손홍규의 로그인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관리자 2011.05.30. 1041
322 손홍규의 로그인   만석보와 4대강 관리자 2011.05.13. 1112
321 손홍규의 로그인   길고양이 관리자 2011.05.13. 918
320 손홍규의 로그인   그래피티 아트 관리자 2011.05.13. 816
319 손홍규의 로그인   완전한 영혼 관리자 2011.05.13. 1029
318 손홍규의 로그인   사람소리 관리자 2011.05.13. 835
317 손홍규의 로그인   작가와 작품 관리자 2011.05.13. 865
316 손홍규의 로그인   환대 관리자 2011.05.13. 804
315 손홍규의 로그인   사진을 읽다 관리자 2011.05.13. 883
314 손홍규의 로그인   날마다 유서 관리자 2011.05.13. 864
313 손홍규의 로그인   우리 시대 시인 관리자 2011.05.13. 763
312 손홍규의 로그인   천국보다 아름다운 지옥 관리자 2011.05.13. 857
311 손홍규의 로그인   왜 사냐건 관리자 2011.05.13. 955



1 /2 / 3 / 4 / 5 / 6 / 7 / 8 / 9 / 10 / [다음 10개]

 

(07245)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44길 9, 2층 한국작가회의 _ 전화 02)313-1486-7, 02)313-1449 / 팩스 02)392-1838
이메일 hanjak1118@hanmail.net(사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