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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홍규의 로그인] 날마다 유서
이름 관리자



생태주의자 에드워드 애비는 ‘제도권에서는 진실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작가들에게 진실을 기대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는 허공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애비는 실제로 그런 생각을 실천하며 글을 썼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고독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쓴다는 건 퍽 쓸쓸한 일이다.

이를테면 그가 한국에서 이런 글을 썼다면 우선 당장에 진실 운운하는 건 근대적 사고라며 포스트모더니스트의 맹렬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학과 진실은 별개의 문제라며 순진한 척하는 문학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는 아무런 지지자도 얻지 못한 채 홀로 이 명제를 껴안고 쓸쓸히 죽을 게 분명하다.

설령 그를 지지한다 해도 입을 꾹 다무는 편이 낫다는 걸 알기에 누구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이 더는 진실과 무관하게 된 시점에 소설가 역시 평론가의 시종이 되었다. 무례하고 오만한 지식인들(그들은 현명하게도 대중 앞에서는 얌전하고 예의바르다) 앞에 예술이 무릎을 꿇는 순간 자본주의의 지배는 공고해졌다. 그러므로 우리가 쓰는 글은 다만 유서일 뿐이다. 지배계급이 연루된 범죄치고 언제 한번이라도 샅샅이 전모가 밝혀진 적 있는가. 그러나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도 있다.

나는 상업주의에 굴복한 작가들의 손에서 소설을 되찾아오기 위해 홀로 길을 떠난다.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아니 패배가 자명하다. 그들은 무척 유능한 데다 수많은 지지자를 거느렸기 때문이다. 오늘도 책과 원고지를 앞에 둔 채 열렬히 읽고 쓴다. 작가에게 진실을 기대했던 어느 투명한 영혼을 위해서라도. 날마다 유서를 쓴다.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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