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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홍규의 로그인] 사진을 읽다
이름 관리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첩을 볼 때마다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사진 속 아이가 분명 나일 텐데도 전혀 동일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저 녀석은 누구지? 그럴 때면 시간이란 순간의 지속이라는 견해보다 서로 무관한 매순간들의 집합일 뿐이라는 견해에 마음이 기운다. 사진첩에는 젊은 미군이 어린 나를 안은 사진이 한 장 있다. 부모님은 사진을 찍은 정황에 대해서는 엇갈린 증언을 하지만 사진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서는 일치한다. 요컨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미군과 접촉을 했을 만큼 열린 세계에서 자랐던 거다. 소박한 민간신앙을 따르던 부모님은 ‘그런데도 왜 영어를 못하니’라고 타박까지 했다. 미군과 사진까지 찍어줬는데 말이다. 사진 속 미군은 퍽 젊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그는 군복을 입은 늠름한 청년이다. 그리고 활짝 웃고 있다. 경기에 들린 듯 울어대는 어린 나를 두 팔로 안고 말이다.

그 사진에 대한 나의 해석은 살아오는 동안 변했다. 처음에는 그저 우스웠다가 다음에는 이 젊은 미군이 나를 원숭이 취급한 듯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내의 억센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어린 나를 가리키며, ‘저는 원래 날 때부터 반미주의자였나 봐요’라고 말했다가 어김없이 지청구를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거기서 삭제된 삶을 본다. 젊은 나이에 군에 입대한 아메리카의 한 사내. 그에게는 두려운 땅이었을 극동에서의 군복무. 그 땅에서 만난 시커멓고 조그만 한 아이. 설령 그가 나를 조롱했다 해도 상관없다. 어쩐지 그도 나처럼 외로웠을 것 같으므로. 이처럼 낡은 흑백사진 한 장으로 인화된 젊음 역시 그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단 한번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이므로.

<20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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