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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홍규의 로그인] 사람소리
이름 관리자



따로 작업실이 없으므로 내게 방이란 거주의 공간인 동시에 작업의 공간이기도 하다. 단칸방이라 불편한 건 딱 하나다. 근엄했던 선배 소설가들처럼 안방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옆방 서재로 출근할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런 이유로 방을 고를 때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살기 좋은지 작업하기에도 좋은지.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스무 해 가까이 지내는 동안 내게 맞는 방이 어떤 곳인지 깨닫게 되었다.

방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한낮에도 커튼까지 친 채 작업을 하니 채광 역시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건 소음이었다. 운 나쁘게도 내가 이사를 가면 옆집을 부순다. 그곳에 사는 내내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뭔가 새로 짓는 소리를 듣는다. 공교롭게도 내가 이사를 가면 집주인과 건축업자 사이에 문제가 생겨 그동안 중단되었다던 옆 건물의 공사가 재개된다.

이제야 깨달았지만 도시에서는 이런 종류의 소음을 피하기가 어렵다. 도시는 체제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술집들이 있는 골목과 시장이 있는 골목들의 방에서는 평온함을 느꼈다. 술집에서 들려오는 열띤 목소리와 시장에서 들려오는 흥정의 목소리들은 내 신경을 거스르지 않았다. 드잡이질을 하며 악다구니를 쏟아내는 사람들과 술에 취해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흔했다. 때로는 무언가를 게워내는 비통한 울음들마저. 그런 소리들은 나를 몽상으로 이끌었다. 그이들의 사연과 내력이 무엇인지, 그이들을 사로잡은 기쁨과 분노와 고통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졌으며 느끼고 싶어졌다. 이제는 그게 바로 사람의 소리라는 걸 안다. 사람의 소리는 결코 소음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빗소리를 바람소리를 개똥지빠귀 우짖는 소리를 한 번도 소음이라 느껴본 적 없듯이 말이다.

<201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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