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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홍규의 로그인] 완전한 영혼
이름 관리자



고향 마을에는 날 때부터 장애를 지닌 형이 한 명 있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었고 한쪽 손이 곱아 습관처럼 그 손을 숨기듯 주머니에 넣거나 몸에 붙이고 다녔다. 간질 증세도 있어 이따금 발작을 일으켰다. 발작이 끝난 뒤의 형은 흐트러진 매무새를 정돈한 뒤 절룩절룩 걸어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럴 때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고독했다.

어린 시절의 내게 그건 삶을 은유하는 하나의 표상이었다. 어쩌면 모든 삶은 그처럼 격렬하게 차분한 형태일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농촌마을에서 노동력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사람대접 받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거기다 장애까지 지녔다면 두말 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형은 남다른 점이 있었다. 형의 손재주는 놀라울 정도였다. 평범한 물건도 그이의 손을 거치면 윤이 났다. 형이 만든 연은 하늘 끝까지 날아올랐으며 팽이는 쉬지 않고 돌았다. 망가진 농기구는 새로 태어났고 아픈 가축들은 생기를 되찾았다. 나는 형이 불편한 손을 받침대 삼아 세심하게 무언가를 만들거나 수리하거나 치유하는 걸 보면서 사람의 재능이란 무언가에 골몰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몰두하면 사랑하게 된다.

추측하기로 형은 아마 마을 사람 누구보다 더 사물과 생명을 아니, 이 모든 자연을 가깝게 느꼈을 것이며 사랑했을 것이다. 나는 그보다 완전한 영혼을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불완전한 육체가 영혼의 빈곤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알았다. 중세의 어느 아랍인이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팔과 다리를 잃으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혼을 잃는다면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다.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내 영혼은 무사한가.

<201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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