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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백낙청-북한은 마치 없는 듯 남한만의 선진화 추구는 불가능
이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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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마치 없는 듯 남한만의 선진화 추구는 불가능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지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만 그 충격파는 아직도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강경제재만을 고집하고 있고 북한은, 제재는 곧 선전포고라며 한치도 몰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8년간의 대북포용정책이 북한의 핵무장을 불러왔다며 포용정책의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가 알려지면서 긴장과 논란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는데요 과연 지난 8년간 우여곡절 속에서 추진해 온 남과 북의 화해, 협력, 공존을 위한 노력은 이대로 좌초하고 말 것인가..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인 백낙청 교수를 초대해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의 핵무장을 막으면서 동시에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북미관계를 화해시키며 건강한 한미관계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말씀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입니다.

백낙청 교수는 1938년 대구 출생으로 미국 브라운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1966년 잡지 창작과 비평을 창간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으며 현재 시민방송 이사장,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등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백교수는 지난 90년대 초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분단체제론이라는 독창적 이론을 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분단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운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작년 이맘때 한 번 모셨는데 다시 모시게 됐습니다. 백교수께서는 최근에 한반도의 통일은 이미 현재진행중이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지난 봄에는 같은 이름의 책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을 내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국내에서는 대북포용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무장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심지어는 김정일 체제를 차제에 종식시켜야 되는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아직도 한반도식 통일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낙청 :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다는 것. 한반도식 통일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다만 전쟁이 터져서 우리 민족이 공멸하고 한반도가 핵 방사능에 오염된 지대가 되고 나면 그때는 누가 어떤 식으로 통일하든 사실 별 의미가 없어지는 건데, 그런 파국이 오지 않는다는 전제로 볼 때 한반도식 통일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구요,

그것은 지금 진행중이라고 말씀드리겠는데 청취자 여러분 중에는 제가 한반도식 통일이라고 할 때 어떤 걸 뜻하는지 모르시는 분도 있을 테니까 간략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한반도가 통일을 하는 데 베트남처럼 무력통일을 해서도 안 되고 독일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설혹 가능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이런 걸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점도 사람들이 다 알고 있고, 그 외에 예멘식 통일이 있습니다. 이건 사실 당국자 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일종의 담합하는 통일을 했는데 삐걱거리다가 무력충돌도 있었고 결국은 대화로 시작해서 무력통일로 끝난 것인데, 한반도에서는 그런 식의 담합도 불가능하지만 담합이 깨져서 그런 식의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예멘 정도로 몇 천 명 죽고 끝날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한반도식 통일이라는 건 베트남식도, 독일식도, 예멘식도 아니고 한반도식으로 평화적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6.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1차적인 단계로 국가연합, 남북연합 비슷한 느슨한 연합 단계를 거치는 게 한반도식입니다.

그런 식의 통일을 하다 보면, 더군다나 우리 한국처럼 시민사회가 활성화돼 있고 민중의 힘이 많이 축적돼 있는 상황에서는 시민참여의 폭이 넓어지게 됩니다. 평화통일을 한다고 해도 독일식으로 그냥 갑자기 하면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간다면 시민참여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거고, 그만큼 통일된 사회의 질이 높아지는 거죠.

그래서 한반도식 통일을 제가 주장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사태는 한편으론 그런 시민참여의 폭이 확실히 좁아진 건 사실이죠. 위기와 긴장이 고조되니까.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첫째는 우리가 그동안 분단체제 속에 살고 있고 남한만이, 마치 북한이라는 쪽은 존재하지 않는 듯, 우리만 선진화된다든가 평화국가를 건설한다든가 이런 환상에 많이 젖어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가 분단이라는 엄혹한 상황 속에 있고 이걸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선진화도 되고 경제발전도 되고 평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줬기 때문에 이걸 계기로 시민의식이 한층 더 성숙해서 저는 종국에는 시민참여형 통일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박인규 : 북한을 고려하지 않은 남한만의 선진화나 민주화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신데, 그렇지만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국내에서 여러 가지로 나오는 목소리를 봐서는 남북관계가 나빠지는데 한반도식 통일이 계속 진행될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랄까요, 비관론도 들립니다.

백낙청 : 말씀드렸듯이 일시적으로는 남북관계가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시민참여의 폭이 많이 제약되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반도식 통일이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 듯 순항중이라고 말하면 틀린 얘
기가 되겠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행돼 왔고 또 이번 위기를 넘어서 계속 진행돼야 될 것이다라고 한다면 저는 사실 맞는 얘기라고 보고, 또 그렇지 않다고 할 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전쟁이 아니라면 다른 길이 없다고 봅니다. 얼마나 이 과정이 오래 걸리느냐, 또 그 사이 얼마나 많은 민중이 고통을 겪고 희생을 치러야 하느냐.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떤 수준의 통일사회를 이룩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가 남아있는 거죠. 그렇지 않고 지금 분단상태를 평화롭게 관리하면서 우리 남쪽만 오붓하게 잘 사는 길은 없다고 봅니다. 냉전시대에는 대결상태를 유지하면서 관리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되구요. 그래서 저는 역시 변수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남쪽의 민중이 얼마나 시민적인 성숙을 할 수 있느냐라고 봅니다.

박인규 : 문제는 북한 핵문제인데, 대화와 협상에 의해서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미국과 함께 포괄적 접근방안이라고 뭔가 6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던 와중인데 어떻게 보며 굉장히 성급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버렸어요. 그 결과가 상당히 엄혹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 물론 북한을 안다는 분들은 자위를 위한 것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상당히 남북관계도 악화되고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뭐라고 보고 계십니까?

백낙청 : 우선 북쪽에서 내세우는 두 가지 이유랄까 명분이 있고, 북측에서 얘기를 안 하는.. 북측에서 고려를 않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제 3의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나눠서 말씀드리면 첫째 북쪽에서는 미국이 공격하겠다고 위협을 하니까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체방어를 위해서 한다, 이게 명분이죠. 그런데 미국이 공격할 수 있다는 전제는 사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그냥 피해망상증이라고 볼 수는 없죠. 오랜 역사와 뿌리가 있는 거니까. 그런 맥락에서 북에서도 강력한 억지력을 가져야겠고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군사적으로는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가 핵보유를 할 때와 북이 할 때 내세우는 명분이 다른 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자기네 나라가 핵이 필요하니까 가져야겠다고 하고 끝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에서는, 우리는 여전히 비핵화를 원칙으로 삼고 있고 핵무기를 갖는 건 말하자면 핵무기를 더 효과적으로 포기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그것을 협상수단으로 확보했다고 할 때 첫째는 과연 협상수단으로 성공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지켜볼 문제인데 북측으로서는 협상수단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는데 미국이 협상을 안 하고 가지려면 가지라고 하면서 오히려 종전부터 해오던 제재와 압박만 더 강화하면 결국 긴장을 오히려 더 높이는 결과가 되고 이러다가 자칫하면 미국과 북한 어느 쪽도 원치 않는 전쟁이 터질 우발사태도 벌어질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협상수단으로서 과연 현명한 선택을 했느냐 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있고, 사실 저는 많이 우려를 합니다. 그리고 수단으로 말한다면 북측이 남측 국민들, 민심의 지지를 얻고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사실 최대의 억지력인데 저는 좀 불행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이 내세우는 명분에 들어 있지는 않은데 중요한 또 하나의 측면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시민참여형 통일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라고 볼 때 그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하는 것인데 북측에서는 그것이 고려의 대상이 안 됐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건 북측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는 우리 정부도 사실 시민참여형 통일에 대해서 그렇게 지극한 관심을 갖지는 않습니다. 정부 당국으로서는 당연한 거죠. 그러나 우리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것으로 인해서 시민참여운동의 폭이 좁아지고. 또 시민운동이 주가 되는 통일운동이라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평화운동이어야 되는데 그런 평화운동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건 불행한 사태다...

박인규 :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국내에서는 DJ정부 이후 8년 동안의 대북포용정책.. 보수파에서는 이른바 퍼주기라고 말하는데 그게 북한의 핵개발을 도운 게 아니냐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니다.. 부시행정부가 북한과 협상하기보다는 압박만 해서 그렇게 된 거라는 말도 하는데, 어느 쪽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백낙청 : 대북포용정책... 사실 정부의 공식명칭은 화해협력정책인데 요즘 와서 갑자기 포용정책이란 말로 거의 통일되다시피 했습니다. 어쨌든 그 정책의 '기조'와 '운영방식'을 우리가 구별해서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문제제기를 할 수 가 있는데 기조는 확실히 견지해야 된다는 생각이고요. 사실 지금 포용정책이 실패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고 일부에서 얘기합니다만 현실을 냉정히 보면 한국의 화해협력정책 자체만으로는 북이 핵을 만들게 할 수도 없고, 만드는 걸 막을 수도 없습니다.

이건 역시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한국이 햇볕정책을 취하고 미국의 클린턴 정부가 포용정책을 할 때는 사실 일이 참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부시 행정부가 들어와서 클린턴 정책을 취소하고 대북압박정책으로 가면서 일이 꼬여서 오늘날 이렇게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포용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부시의 대북압박정책이 실패한 거라고 봐야 될 것 같고. 이 점에 대해서는 사실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류언론도 그런 논조를 취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햇볕정책이나 화해협력정책에 뒤집어씌우고 있는 건 좀 이상한 현상이죠.

박인규 : 부시행정부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해서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궁극적으로는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거다. 실제로 체니 부통령 같은 사람은 악의 축과는 협상하지 않는다, 파멸시킨다는 말까지 했으니까요. 미국의 목표는 북한체제의 붕괴라는 시각들이 있는데 또 한편에서는, 아니다 한국을 미국의 영향권 안에 묶어두려는 시도가 아니냐,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백낙청 : 서동만 교수가 최근에 성동격서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공격은 서쪽에 한다, 다시 말해 대북압박을 하는 더 큰 목적은 남에 대해서 압박을 가해서 우리가 좀 더 자주적인 노선을 취하거나 한미동맹관계를 좀 더 대등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 않느냐 하는데 상당히 예리한 지적이라고 보고, 나 자신도 비슷한 얘기를 했더랬습니다.

미국책임론이 요즘 나오니까 어디 신문에 보니 미국대사가 한국에서 미국책임론 여론이 몇십 프로 된다고 상당히 서운한 감정을 표시했던데, 물론 이것을 미국만의 책임이라고 말한다면 섭섭해 마땅하고, 또는 미국이 처음부터 북으로 하여금 핵을 만들게 해서 남한을 견제하겠다든가 하는 일종의 음모를 추진해왔다고 그런다면 서운해 마땅하죠.

그러나 그게 아니고, 사실 우왕좌왕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우왕좌왕해왔던 주된 이유는 북을 무너뜨리면 좋고 못 무너뜨려도 그 결과로 일본의 우경화도 촉진하고 특히 한국 같이, 한국이 사실 미국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나라거든요, 경제대국이고, 이런 나라를 자기 예하에 꽉 묶어두는 데 재미를 봐서 여기까지 왔다는 얘기라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얘기예요.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미국을 비판할 때도 북한이 우리 동족인데 치지 말아라 하는 것만이 아니고 우리와 미국 간에 좀더 대등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려고 하는데 당신들이 한반도에서 이렇게 긴장을 조성하고, 긴장완화를 가로막아서 못살게 굴고 힘들게 만들 거냐. 이런 식으로 남한의 독자적인, 주체적 관점에서 미국을 비판해야 우리 국민들에게 더 설득력을 가질 거라고 봅니다. 무조건적인 북한 옹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생각한 미국비판이 되는 거죠.

박인규 : 하긴, 최근 언론보도를 보니까 여당의 상당히 고위정책담당자께서 한국 안보를 위해서는 한미FTA도 빨리 성사시켜야 된다는 말씀을 하신 걸 보니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를 도대체 어떻게 끌고 가는 게 좋을지 여쭤보겠습니다. 일단 북한 핵실험의 1차적인 결과는 화해협력정책 또는 대북정책을 포용해 왔던 정부라든가 이른바 진보적 인사들이 상당히 수세에 몰리는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그런 남북관계만 중시하다가 한미관계를 해치면 안 된다. 또는 한미관계보다는 남북관계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두 가지 관계가 서로 상당히 대립되는 것처럼 얘길 하는데 남북관계도 발전시키면서 한미관계도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겁니까?

백낙청 : 당연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분단시대의 낡은 흑백논리를 깨고, 낡은 언어를 극복하고 새로운 개념과 언어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한미관계를 중시한다는 분들이 대개는 무조건 남북관계 개선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흑백논리에 사로잡혀서 반미를 해야만 남북관계와 민족공조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게 다 6.15 이전 시대의 낡은 틀에 사로잡힌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결국 북한 핵문제를 풀려면 협상을 해야 된다. 지금은 제재를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는데 한국 정부는 제재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수위조절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운 지경이거든요. 우리 정부가 북한 핵실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면서도 남북관계를 해치지 않는 방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백낙청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화해협력정책의 기조와 운영방식은 구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운영방식에서 그동안 미비하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당연히 반성하고 고쳐야 하는데, 다만 기조는 확고히 유지하고. 가령 UN에서 제재결의안이 나왔는데 모호한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또는 명백한 구절이라도 실천방안을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이걸 미국이 내정간섭 하는 식으로 개성공단은 되는데 금강산은 안 된다는 식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우리가 확고히
배격해야 됩니다. 이건 좌와 우가 있을 수가 없어요. 자존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현실정책에서는 항상 강경과 온건대응이라는 건 배합을 하게 마련이에요. 당연한 건데 다만 지금 우리 국민들이, 정부가 강온배합을 슬기롭게 잘 해줄 거라는 신뢰가 없는 것 같아요. 그건 정부의 책임도 있고요. 그런 점이 지금 문제로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6.15실천상임위를 이끌고 계신데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대북교류와 협력을 하는 민간단체들이 참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도 없는 것처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면적으로 끊는 게 현명한 것 같지는 않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낙청 : 경제협력이라든가 대북지원 같은 실질적인 민간교류를 하는 단체들은 아마 우리 6.15남측위원회보다 고민이 적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당연히 계속돼야 되는 거니까. 열심히 하면 되는 건데, 우리 남측위원회에서는 그런 식의 민간교류를 포함해서 좀 더 차원이 높은 노선을 정립하는 책임이 있으니까 좀 더 어려운 문제에 부닥쳐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어려움을 계기로 많은 내부 토론이 있었고 의견일치를 잘 못 보고 있습니다만 이걸 계기로 우리 6.15남측위원회에서도 모든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면서... 가령 지금 6.15남측위원회가 이런 어려운 국면에서도 국민들보다 그래도 한 발이라도 앞서 나가면서 뭘 개척해야 한다는 원칙은 견지해야 하는데, 이제는 옛날과 달라서 한 발이냐 두 발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길이 어디냐, 어디로 가야 하느냐, 방향 자체를 슬기롭게 설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계기로 그런 것을 우리가 좀 더 인식하게 된다면 이것도 하나의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겁니다.

박인규 :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북한 핵실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과 한국이라고 합니다. 평화적인 협상을 위한 노력을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그 입지를 굉장히 좁혀 버렸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심지어는 북한이 그렇게 6.15정신 하면서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사실상 6.15정신이 어긋난 게 아니냐 하는데, 이제는 북한에 대해서도 우리가 말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제대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려면 당신네들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해서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죠.

백낙청 : 북에 대해서 제가 오늘도 어느 정도 할 말을 했다고 보구요, 다만 북한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도 너무 우리가 일률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사람마다 시민참여형통일의 진행과정에서 자기의 처지와 맡은 일에 따라서 적절하게 역할분담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때와 장소에 맞춰서 슬기롭게 발언해야 되구요. 그래서 저같은 경우에도 개인으로 말할 때 하고 6.15공동위원회 남측대표로서 말할 때가 다른데요, 오늘은 제가 물론 개인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또 공동위원회 남측대표의 자격으로 말하더라도 가령 제가 북에 가서 북쪽 사람들과 비공개 대화를 한다면 더 분명하게 말할 게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이제 남북관계는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KBS1 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2006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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