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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고명철-‘사회적 공공성’을 지닌 기초예술정책이 절실하다
이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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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공공성’을 지닌 기초예술정책이 절실하다


고명철 | 문학평론가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07년 3월 13일 ‘2006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거의 대부분의 언론에서 특별히 주목한 것은 문화예술인들의 소득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다. 그동안 짐작만하고 있었지, 이렇게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척박한 창작여건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예술활동과 관련한 월평균 수입이 없는 경우가 26.6%이며, 2007년 현재 4인 가구 기준 한 달 최저생계비가 1,205,535원임을 감안할 때 100만원 이하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경우가 54.9%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한국에서 전업예술가로서 예술창작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사실은 문학과 미술과 같은 기초예술에서의 월평균 수입은 다른 예술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학의 경우 월평균 수입이 없는 경우가 37%이고, 미술인 경우 39%이며, 100만원 이하의 경우에서 문학은 무려 97.5%이고, 미술은 75.5%이다. (믿기지 않는 수치다. 하지만 이것이 기초예술이 직면한 무서운 현실이다.) 말하자면 문학과 미술과 같은 기초예술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대부분은 최저생계비에 현저히 미달되는 월수입으로써 생계를 유지하며 예술창작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 이곳’ 우리들의 기초예술현장의 적나라한 모습 중 하나다. 사정이 이러한데, 기초예술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자신의 예술창작 활동만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예술적 반향과 사회적 공명(共鳴)을 일으키는 좋은 작품을 생산하기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예술인들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정책 중 예술가(예술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우선 순위로 꼽았고, 뒤를 이어 예술가(예술단체) 지원을 위한 법률과 제도 정비를 꼽았다.

어쩌면, 이러한 조사 결과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술적 성취를 위해 고투하며 얻어낸 그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예술적 성취도에 부합하는 경제적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데 대해 예술인들은 분노와 허탈감, 그리고 자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예술인들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서 예술인들을 친친 옭아매고 있는, 예술적 성취도에 대한 모멸적 대우를 받는 그들의 경제적 위상을 해결하는 지원과 이를 위한 각종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문학만 보더라도 경제적 지원과 법률 및 제도 정비는 도리어 퇴행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7년에 집행할 문학 분야의 예산을 살펴보면, 2006년도에 비해 무려 24억원이 삭감되었다. 가뜩이나 척박한 창작여건에 있는 문학을 회생시키기 위해 지난 해 지속적이면서 내실있게 추진해온 ‘문학나눔사업’이 거둔 성과를 과소평가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면, 뚜렷하고 타당한 이유 없이 문학 분야의 예산을 이렇게 대폭 삭감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무엇보다 기초예술로서의 ‘사회적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성과 또한 우수한 사업을 좀더 내실 있게 다져나가기 위한 집중적 지원을 못할망정 전체 예산이 삭감되어 어쩔 수 없다는 명분 아래 다른 분야보다 가장 큰 폭으로 문학 쪽 예산을 삭감한 점은 상식 밖의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서 또 다시 예술인들의 원망(怨望)이 배여 있는 푸념을 만난다. 언제쯤 이러한 조사 결과에서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창작 활동에 걸맞는 대사회적 가치를 확보하고, 획기적으로 개선된 창작 여건에서 예술적 성취에 전념하고 있다는 높은 지표를 만날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의 예술정책이 예술정책다운 꼴을 갖추고, 중장기적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없을까.

언제쯤 우리의 예술행정 관료들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행정관료와 정치가들이 건강한 예술적 토양을 갖춘 채 예술의 진흥을 위한 창의적 혜안을 가질 수 있을까. 언제쯤 예술법안이 다급한 민생법안과 대척점에 놓여 있지 않고, 민생법안과 함께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법안으로 인식될까.

정책 담당자는 물론, 예술인과 예술을 향유하는 모든 이들이 인내를 갖고, 기초예술의 가치에 대한 대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초예술은 ‘사회적 공공성’을 지닌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기초예술의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될 때, 기초예술을 위한 정책은 기초예술에 종사하는 예술인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사회의 문화예술적 토양을 기름지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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