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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김형수-예술委의 위기와 예술의 위기
이름 관리자
첨부 disse3336_20061121162512.jpg (15.4K)



예술委의 위기와 예술의 위기


김형수 | 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



슬프다. 지원금 분배 문제로 비틀거리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금 혼절 지경에 처했다. 들리는 이야기들은, 때맞춰 불거진 ‘신정아 사태’와 함께 예술계 안팎을 온통 세속적 협잡의 경연장으로 수놓는다. 우리 것이 없어도 부를 노래가 넘치고, 한국 문화가 시들어도 국적 불명의 문화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기초예술이 딛고 갈 희미한 길마저 지워지는 느낌이다.

어렵게 살린 불씨를 사려 깊지 못한 훈수들이 뒤흔드는 것처럼 안타까운 풍경이 있는가. 어떤 사설은 코드 인사의 후유증이라며 정치공세용 각색을 기도하고, 자중할 관련자들은 마치 타이태닉호의 선장을 탐하는 것으로 읽히는 줄도 모르고 위원장 ‘직대 체제’를 욕망하며, 보다 못한 노조는 전원사퇴를 요구하되 “진흥원 시대가 좋았다”는 눈 먼 주장까지 한다. 갈 길을 잃었다면 왔던 길을 돌아봐야 한다.

어떻게 말해도 참여정부 초엽의 문예진흥원은 중증의 환자였다. 그 존립 근거였던 진흥기금은 수입원이 막히고, 문화부는 대안을 잃었으며, 예술행정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더욱이 기초예술의 위기가 꼭짓점에 달했으니, 다들 기억할 것이다. 문화 폭발을 예고한 것은 문민정부의 개혁진영이었고, 문화의 세기라며 국가 예산 1%를 확보한 것은 국민의정부였다. 하지만 문화산업의 육성에 집착했던 개발주의적 기획은 기초예술의 녹지만 황폐화시켰다. 뿌리는 허약한데 수확을 늘리려고 뿌려댄 비료가 예술 생태계를 파괴한 것이다.

때마침 외환위기를 만나 아르바이트형 서식처조차 잃은 예술가들은 2차, 3차, 4차 특기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문화의 세기를 구가하던 국민의정부가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 기초 예술의 발전 없이는 문화산업의 성장도 없다는, 반성문에 가까운 ‘순수예술진흥종합계획’을 내놓았던 것은 뼈아픈 교훈이다. 반드시 기억할 것은 당대 예술계의 거장들이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 국회로, 총리실로 읍소하고 다니면서 복권기금을 확보했던 사실이다.

그리고 분위기에 힘입어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위원회로 재기의 길을 찾았다. 이때 예술계의 뜻을 결집한 곳이 왜 이 기구였는가 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군사독재의 슬하에서 시혜성 기금 배분이나 담당했던 기관이 새로운 예술행정의 교두보가 되는 이유는, 그 30년의 역사 안에 예술 지원행정의 경험과 발전의 나이테가 새겨있기 때문이다.

한국 예술행정의 법통을 이은 이 기구가 한류 열풍의 배후에서 역류의 상처를 입은 기초예술을 구할 발판이다. ‘민간 자율’이라는 말은 편의상 출현한 허구의 용어요, 참여정부가 약속한 것은 ‘자율·참여·분권의 체제’이며, 민간이 요청한 것은 일방적 시혜성 지원에서 쌍방향의 소통에 의한 정책집행이었다.

까닭에 참여정부는 총리실 산하 복권기금을 비롯한 예산 보호 등으로 혁신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문화관광부는 위원회 체제를 탄생시킨 당사자로서, 이 기구가 하루 빨리 공공 능력을 갖도록 도와야 하며, 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들은 국민 앞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모두가 나서서 맥락을 놓친 입방아나 찧을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경향신문 2007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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