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돌이켜 보면 고생스러웠지만 빛나고, 자랑스러웠던 시절"

[시사자키가 만난 사람]민족문학작가회의 염무웅 이사장

1974년 뜻있는 문인들이 광화문에 모여 유신정권의 부당함을 고발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그때 소위 '문학인 101인 선언' 이것이 민족문학작가회의에 뿌리가 됩니다. 염무웅 이사장은 그때부터 31년 동안 민족문학작가회의를 지켜온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평론가입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이사장으로서, 6ㆍ15선언 남북 해외 동포 행사 남측준비위원회 공동 대표로서 또 원로 문학 평론가로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염무웅 이사장 모셨습니다.

남북작가들의 교류가 갖는 의미

◎ 사회/정범구 박사>
금강산에 가는 것은 어떤 행사인가.

◑ 염무웅 이사장>
금년은 6ㆍ15 공동선언이 발표 된 지 5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지난달 1월 말 6ㆍ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 해외 공동행사준비위원회 남측 본부라는 것이 결성이 됐다. 그래서 남측본부와 북측본부 그리고 해외인사들이 3월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간 금강산에 모여 준비 결성식을 하고, 또 6ㆍ15 공동 선언을 위한 공동행사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일정이라든가 행사계획 같은 것들을 함께 토론하는 그런 모임이 된다. 그래서 남쪽에서 한 100명 북쪽에서 50명 해외에서 30명 정도의 상당한 인원이 금강산에 모이게 되는데, 나는 남측 공동대표의 한 사람으로 이번에 처음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 사회/정범구 박사>
그럼 북측 작가들 모임에서도 누가 나오는가.

◑ 염무웅 이사장>
그러리라고 본다. 남측에서도 여러 단체를 대표하는 문화단체 분들이 많이 참가했고, 북측에서도 여기에 상응해서 문학 예술단체의 대표들이 참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나는 다른 종교나 사회운동 단체들보다는 문인예술가들과 만나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

◎ 사회/정범구 박사>
그전에는 문인예술가 차원의 남북 교류가 없었나.

◑ 염무웅 이사장>
있었다. 과거에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 적도 있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교류랄까 접촉은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단체로서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사실은 지난해 8월 말경 남북 작가대회가 열릴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무기 연기됐었다.

아마 작년에 그 행사가 이뤄졌다면 분단 이후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남북 작가들 간의 행사로서 굉장히 중대한 의의가 있었을 텐데, 이것이 연기된 것이 참 유감이다. 물론 이번행사도 작가들만의 모임이 아니고, 6ㆍ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공동행사 준비의 일환으로 만나는 것이니,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들만의 행사라고 만은 할 수 없다.

◎ 사회/정범구 박사>
과거 김대중 정부 이래로 경제교류, 인적, 물적 자원들이 오가는 게 많이 확대 됐다. 그런데 물자는 오가는데 사실 같은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분단의 역사가 오래 되다 보니 북한의 문화나 예술에 대해 거의 모른다. 그쪽 사회를 이해하는데 문학 또는 문화를 서로 교류한다면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텐데.

◑ 염무웅 이사장>
그렇다. 비록 인적 교류는 활발하지 않지만 그래도 북한의 문학작품들이 남한 독자들에게 적잖이 소개됐다. 가령 작년에는 홍석중씨의 ‘황진이’ 같은 작품이 남한에서 공식적으로 출판 됐고, 그 작품이 만해 문학상을 받아서 얼마 전 금강산에서 시상식까지 열었다.

이것은 남북 문학 교류에서 중대한 진일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문학작품이나 예술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읽혀지는 것은 아니고, 또 마찬가지로 남쪽의 문학작품도 북한의 일반 독자들에게는 극히 제한된 소개 밖에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작은 시작이 큰 결과를 조금씩 가져오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한다.

◎ 사회/정범구 박사>
우리 사회에서 북측과 활발한 문학적 교류는 아직 이르다 하더라도 얼마 전까지는 소위 월북 작가들의 작품조차도 우리가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는가, 이제 이 부분은 다 해금이 됐는가.

◑ 염무웅 이사장>
과거 내가 학교 다니고, 문학청년이었을 때는 월북 작가들 작품 하나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혼나고 그랬다. 그러다가 1988년에 해금조치가 이뤄졌다. 그것은 바로 87년 6월 항쟁의 성과 중 하나인데,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부라는 정부 부서가 신설되면서 그 당시 문화부 장관이 시인이기도 했는데, 극소수의 월북 작가 작품들을 제외한 모든 작품들을 풀었다.

그래서 남쪽의 서점에서도 팔리게 되고, 독자들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됐는데, 우리가 뭉뚱그려서 월북 작가라고 하지만 월북 작가들 중에는 말 그대로 남쪽에서 활동하다가 월북한 작가들도 있고, 또 해방 전부터 북쪽에 남아 있다가 그냥 휴전선이 막히는 바람에 못 내려온 그것을 소위 재북 작가라고 한다. 가령 백석 같은 시인들은 원래 고향인 평양 정주에 있다가 그대로 휴전선이 막히는 바람에 남아 있었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금지됐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백석의 작품은 참 서정성이 뛰어나고 이데올로기하고는 관계가 없다. 물론 분단 이후의 백석의 작품은 그렇지는 않지만, 또 정지용이나 김기림 같은 시인들은 월북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한 작가들이다. 심지어 정지용 같은 시인은 6ㆍ25 전쟁 와중에 죽었다고 알려졌다. 즉 월북이 아니라 어딘가 사라진 작가다.

또 분단 이후 북쪽에서 처음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 그것도 역시 월북 작가가 아닌 재북 작가의 범주에 들겠다. 이런 작가들을 뭉뚱그려서 월북 작가라고 흔히 얘기하는데, 이 작가들을 남쪽 독자들이 읽는 것은 문학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장차 다가올 남북의 교류와 통일,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적 이질성의 극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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