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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날짜: 2005/02/16
[시민의 신문] 조은성기자
지식인들도 우리사회의 어두운 과거청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거청산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대학교수, 법조계 인사와 역사학자 및 시인, 소설가 등 지식인들은 15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바른 과거청산법의 2월 제정을 촉구했다. 선언에는 강내희, 김세균, 손호철, 안병욱, 정해구, 조국, 조돈문, 조희연, 한홍구, 홍성태, 황상익 등 대학교수 3백2명과 연구사 41명, 작가 2백90명, 법조 74명, 미분류 7명 포함 총 7백14명이 참여했다(14일 21시 기준).
사진=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유족과 관련단체가 오랜 세월 진상규명 운동에 나서는 동안 방관자로서 머물러있었던 점에 대해 깊이 자책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과는 이어받되 잘못은 분명히 밝히는 것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가는 길”이라며 과거청산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로 역사학자인 이이화 과거청산국민위 공동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안’은 법안 명칭부터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리’라는 것은 진상이 밝혀진 뒤 역사학계가 해야 할 작업”이라며 법안명칭을 이렇게 한 것은 “적당히 미봉해서 넘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인 소설가 이인휘씨도 “과거를 제대로 풀어 우리 사회에 올바른 정신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이화 공동위원장은 또 지식인 내부에 과거청산을 반대하는 흐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정세력, 특정개인에 대한 옹호와 희석의 의도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처벌이나 배상, 보상을 중심으로 한 게 아니라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국민이 과거사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눈을 가려야만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며 과거청산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주 교수는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뉘우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면 문제삼지 않을 수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끝까지 진실을 은폐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래서 (한나라당을) 반동수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타협을 시도하지 말고 국민이 바라는 내용의 법을 제정하라”고 주문했다.
장완익 변호사(민변 과거청산위원회 위원장) 역시 과거청산을 정치적의도로만 보고 어떻게든 위원회 발족을 늦추려 하는 정치권 일각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장 변호사는 최근 국정원, 경찰, 검찰, 국방부 등에서 자체 진상조사가 진행되면서 ‘자체조사도 하고 있으니 진실·화해진상규명위는 대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법적인 근거 없이 진행되고 있는 자체조사는 책임소지도 없고 말 그대로 자체조사일 뿐 제대로 된 진상조사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이 마련되고 각기 정부부처와 협조해 명확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족 중에는 밀실 합의된 법안이라도 빨리 통과되길 바라는 이들도 있다. 김동춘 교수는 “유족의 입장에서 다급한 면도 있겠지만 졸속의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진상조사가 안된다”며 그간의 의문사위 경험 등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과거청산은 여론조사에서 항상 60%이상 지지가 나온다”면서 “열린우리당도 계속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과거청산을 촉구하는 선언은 이달 내 문화학술계, 언론방송계, 청년학생 등 분야별로 쭉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15일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는 올바른과거청산을위한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하는 ‘과거청산 관련법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조은성 기자 missing@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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