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가 그제 30주년을 맞았다. 1974년 11월18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선포된 ‘문학인 101인 선언’은 유신으로 짓밟힌 암흑시대를 난타하고, 굴종의 양심을 깨우는 절규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개칭-는 이후 사회 민주화와 민족 자주화를 위한 싸움의 중심에 섰고, 그 싸움을 문학적으로 실천해 왔다. 순수를 빌미로 기교 속에 빠진 현실도피의 문학사 대신에 민중과 함께 하는 민족문학사를 뚜벅뚜벅 써왔다. 수십명이 투옥되는 탄압 속에서도, 염무웅 이사장의 자평대로 “30년 동안 타락하지 않고 일정한 수준과 목소리를 지켜온 것은 분명 자랑할 만한” 사건이다. 비주류였던 민족문학작가회의가 1,000여명의 문학인이 참여한, 우리 문학의 주류로 당당히 선 게 그 공인이다.
오늘 민족문학작가회의 30년의 의미가 중히 되새김되는 까닭은 과거의 성취 때문만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민족국가는 미완으로 남아 있다. 세대·계층·이념·지역에 따라 갈리고 맞서는 분열의 증식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과 테러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고, 환경과 생태 파괴는 삶을 위협한다. 세상과 사회, 삶과 가열하게 싸우면서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문학이 더욱 대망되는 때다. 하지만 사적 영역의 과잉과 물량주의 등으로 인한 부박함이 문학을 위기를 넘어 죽음으로까지 몰고 있다.
그래서 민족문학 앞에는 지난 30년 동안 부딪혀온 것 못지않게 어렵고 본질적인 과제들이 놓여 있는지 모른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30주년 선언문’에서 “문학적 지성이 공동의 선에 이바지해야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며 인간과 자연의 불화, 세대간 갈등,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 민족국가 형성 등 중첩한 숙제를 안은 시대현실을 적시했다. 선언문에서 다짐하듯, ‘체제화의 유혹을 참고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인간의 행복에 장애가 되는 것들과 싸움’으로써 이 어지러운 시대에 촛불과 같은 역할을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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