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수 박종헌 이상국 염무웅 이현수 이명랑 이인휘씨(왼쪽부터). 만해마을(인제)=최홍렬기자 | |
‘낭창낭창한 허리가 이어질 때까지/ 흐드러지게 핀 달빛은 잠들지 않고/ 가슴에 메어와 조금씩 녹슬어 갑니다.’(오창헌 울산작가회의 사무국장 ‘휴전선’ 중)
13, 14일 벌써 겨울빛이 완연한 강원도 인제 설악산 밑 만해마을(대표 신경림). 통일을 염원하는 시가 계곡물 소리와 함께 울려퍼졌고, “만해 한용운 선생의 정신이 깃든 만해마을을 민족문학의 도량으로 만들자”는 데 300여 작가들이 뜻을 모았다.
‘휴전선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된다면’을 대회 모토로, 이틀간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 창립 30주년 전국민족문학인대회에서 염무웅 이사장은 “여성, 소수자, 생태계, 세계적 차원의 빈곤문제 등을 문학의 새로운 원자재로 삼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존 ‘민족문학’ 개념의 유효성에 대한 재검토·재구성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염 이사장은 14일 아침 작가들과 백담사 산길을 걸으며 “승려이자 시인, 독립운동가로서 강인하고 의연한 삶을 실천한 만해 한용운 선생의 이름이 붙여진 곳에 모였다는 것은 우리가 만해의 길을 함께 걷기로 약속하고 다짐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상국 시인은 “통합적 민족정신을 바탕으로 좌와 우를 모두 아우르는 만해의 문학정신은 작금 신·구갈등에 휩쓸리거나 점점 왜소화되는 우리 문학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작가회의(회장 박종헌)와 만해마을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전국 15개 지회·지부에서 300여명이 참가, 올해까지의 13회 대회 중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젊은 문인들에서는 새로운 미학과 문학정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귀고리를 한 30대 남자 회원들도 있다. 언제까지 민주화투쟁 경력만으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김명남 시인·인천작가회의사무국장) “작가회의는 예전에는 야당의 입장에서 자유와 반(反)독재만 외치면 됐다. 이제 작가 개인의 실존과 현실적 과제를 결합하는, 새로운 감성의 미학구축이 과제다.”(유성호 문학평론가)
한편 김형수 사무총장은 앞으로 ▲베트남 몽골 팔레스타인 등 범아시아작가들과 연대 구축 ▲남북민족작가대회 추진 등 한국문학의 폭을 넓히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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