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천상의 만남약속

정용호
(1)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가 어떠한 환경과 어떤 형식으로 생활을 하여도 어머니에 대한 일들은 잊혀지지를 않는다. 어머니가 나를 영원히 떠났고 어머니의 그 자애로운 모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건만 어머니는 나의 생명에서 지워지지 않는 슬픔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있다.
어머니는 키가 작은데다가 생긴 모습도 평범하여 미남자로 너무나도 잘 생긴 아버지에 비해 많이 찌그러지는 편이였다. 이것은 일생의 부부생활에서 불행을 자아낸 원인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집에 있기보다 항상 바깥출입을 많이 하였다고 한다. 하여 어머니 혼자서 독수공방하면서 적적한 긴긴 밤을 보낸적이 하루이틀이 아니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일은 어머니는 련속 딸을 5섯이나 줄줄이 나으면서 아들을 낳지 못하여 정씨네 가문의 줄을 끊게 되였다면서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 아들을 못낳는 죄도 여자의 죄로만 여겨오던 그 세월이라 어머니는 자기의 무능을 저주하면서 아버지로부터 오는 서러움도 달갑게 받았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다 하였다고 한다. 남산 정상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어머니는 그곳에 사흘이 멀다하게 가서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꿇어 앉아서는 아들을 낳아 달라고 빌군 하였으며 심지어 동네 아줌 마들이 사타기 사이에 강냉이쇄기를 끼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니 어머니는 사실 심술궂은 장난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강낭쇄기를 사타기사이에 끼고 다녀 량쪽 허벅지가 그 강냉이쇄기에 마찰되면서 껍질이 벗겨져 벌겋게 부어올랐고 피에 속옷까지 벌겋게 물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심한 고통을 참으면서 꼬박 한달이나 강냉이쇄기를 차고 다녔다고 한다. 정말 아들만 낳을수 있다면 뭐던지 하고만 싶었던 어머니였다. 그것도 그럴것이 아버지에게 이번에도 아들을 못 낳으면 아버지옆에서 자동적으로 물러날테니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걸복걸하면서 리혼당하지 않기에 애를 썼다. 그만큼 어머니는 아버지를 죽도록 좋아했고 너무나도 사랑했었다. 평소 랭대를 받으며 갖은 서러움을 받았건만 아버지가 길거리에서 걸어가는 뒤모습만 보아도 저렇게 멋진 남자의 안해가 된것이 이 세상 제일 행복한 녀자로만 느끼면서 모든 번민이 다 사라지군 했다고 하였다.
한번은 애기를 업고 집뜨락의 양지쪽에서 해빛을 쪼이고 있던 어머니가 저 멀리서 오래도록 와출했던 아버지가 돌아오는것을 보고 인차 뛰여가서 마중간것이 아니라 인차 집으로 뛰여가서는 허트러진 머리카락을 빗으로 깔끔하게 쓸어넘기고는 평생 몇번 바르지도 않은 분가루까지 바르고는 집문밖을 나서서 아버지 마중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였고 어떤 길가던 남성이였는데 키가 아버지와 비슷한데다가 그 사람도 아버지와 비슷한 의복을 입었기에 어머니가 헛눈질 했던것이였다. 후에 어머니는 자기의 거동에 얼굴을 붉혔었다.
사실 아버지는 정말 미남인데다가 신사였다. 키가 크고 생김새가 출중한데다가 그당시 일반사람들이 입지 못하는 쌔루양복에 빼족구두, 그리고 몇백원짜리 손목시계에다가 자전거까지 타고 다녔으니 말이다.

어머니의 이런 충심에 하느님도 감격이 되였던지 저가락끝에 꽃이 피는 태모꿈을 꾸면서 어머니는 이번에는 정말 아들을 낳았다. 그 아이는 사실 내가 아닌 형님이였다. 그러고보면 형님의 탄생은 이 가정을 이어가는 행운의 상징이였었다. 형님은 태어나자 몸이 약한편이였다. 하여 어머님은 형님의 이름을 바위란 <암>으로 지었다. 남산바위에 감사의 뜻도 있겠지만 암석같이 건강하게 자라나라는 뜻에서 였기때문이였다. 지금도 고향에 돌아가면 옛날 로인네들은 정용환이라면 몰라도 <암이> 라면 다 안다. 사실 내가 10여년전 <반금시일보>에 발표한 첫 단편소설도 <암>이란 필명으로 발표하였고 10여년전 <장백산>에 발표한 짧은 시 역시 <암이>란 필명으로 발표한 원인도 이런 뜻에서 온것이다.
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해인가는 모르겠으나 나의 어릴적 일인데 아버지는 갑작스레 심한 풍습으로 걸음조차 못 걸을 정도까지 이르면서 집에 드러눕게 되였다.
하늘같이 믿어만 오던 아버지가 그만 두 다리가 완전불수되면서 집에 드러눕게 되자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갖은 방법을 다 대여 아버 지의 병을 치료하였다. 병원에 수없이 다녔으며 좋다는 약들은 다 써가며 말이다. 내가 어릴적에 보아왔던 그 광경들이 눈앞에 아직까지 훤하다. 어머니는 심심산골에 혼자 가자니 너무나 무서워 어린 나를 데리고 가서는 지금에 와서 무슨 나무 잎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무잎을 한마대씩 훑어서는 어깨에 지고 수십리길을 오가며 날랐다. 그 나무잎으로 가마에 넣고 몇시간이고 푹 쪄서는 그것으로 아버지의 두 다리를 계속 찜질 해주군 하였던 것이다.
어느 한번, 내가 힘들다고 걸음을 걷지 않고 쭈크리고 앉아 있으니 어머니는 빨리 집에 가서 아버지병을 치료해야 되지 않겠는가고 나를 애타게 타일렀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예 나를 안고 가려고 안으려 하였다. 하지만 등에 그 무거운 짐을 진 어머니에게 안길 내가 아니였다. 하지만 어머니 말을 듣고 걸음은 조금도 떼지 않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예 나를 내버려 둬버리고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제촉했다. 하지만 한동안 가다가 다시 돌아서서는 내가 따라오는가 슬쩍 훔쳐보군 하였다. 사실 어머니가 근심되여 내가 따라오지 않는가 뒤로 훔쳐보지만 않았더라면 난 좀 쉬다가 따라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가 나를 걱정하며 뒤로 흠칠흠칠 훔쳐보았을 때 나는 고집을 부리며 그 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가던 길을 걷지 않고 그 자리에 풍덩 주저 앉아서는 통곡을 하였다. 그제서야 나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는 어머니에게로 달려가서 어머니를 부추겨 일쿼세우고는 어머니가 힘들까봐 등에 짊어진 마대밑을 부추켜 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어머니가 속상해서 통곡을 한것보다도 이렇게 어린 아들을 몇십리 심심산골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고생시키는 애처로움이 어머니 사랑에서 오는 서러움이였다는것을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새삼스레 느끼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세상에서 그 어떤 힘보다 크고 그 무엇보다도 위대한 모애다. 그 위대한 어머니 사랑에 젖어 있을 때는 행복하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였지만 이젠 영원히 있을수 없게 되자 뒤늦게 알게 되는 가련한 인생, 사실 꿀같이 달콤한것은 필요없고 말 한마디, 하나의 작은 동작인 쥐뿔만한 효성이라도 어머니을 감동시키고도 남음이 있겠지만 세상의 자식들은 그러지 못하는것이 후날 가슴을 쥐여뜯는 아픔의 자책으로 남게 하는것이다.
어머니의 충성에 아버지의 병은 2년만에 완전히 회복되였다. 말이 2년이지 이 2년이란 세월은 어머니에게 있어서 암흑같은 세월이였다. 별로 충족하지 못한 가정살림은 아버지의 록경, 록태 좋다는 약은 다 써가며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였기에 집살림은 다 거덜이 난데다가 많은 빚까지 짊어졌던것이다.
어머니는 거부기가 허약한 몸 회복에 제일 좋다는 말을 듣고 하나 사서 아버지에게 약으로 해주고 싶었으나 도저히 돈을 구할수가 없었다. 하여 큰 마음을 먹고 평소 그렇듯 어렵게 대하여 오던 큰집에 찾아갈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큰 집의 생활은 동네에서 재일 좋은 편이였다. 하지만 예상했던것과 마찬가지로 큰어 머니의 차디찬 비난속에서 어머니는 큰집 문밖에 쫒겨나다싶이 되였던것이다. 어머니는 너무나도 속이 상하여 몇백메터밖에 안되는 걸음을 한시간도 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으나 집안에 도저히 들어가기 싫어서 한참이나 문어구에 쭈크리고 앉아 있다가 다시금 발길을 돌려 외삼촌을 찾아갔다. 하지만 외삼촌네집 역시 가정살림이 쪼들리는지라 도와줄수가 없었다. 그러자 외 삼촌은 어머니가 너무나도 애처로워 자기가 직접 나의 큰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큰아버지는 큰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역시 돈을 빌려주지 않았기에 외삼촌께서는 <그래 돈이 뭐길래… 친동생이 아프다는데도… 잘 먹고 잘 살아라!>라고 고아대고는 힘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밤늦게 큰아버지께서 거부기 한마리를 사들고 우리집에 들어섰던 것이였다.
사실 아버지의 병은 완전히 회복되였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약으로 아버지의 병을 치료한지는 누구도 몰랐다. 너무나도 많은 약을 썼기때문이였다. 병석에 눕기전보다 몸이 더 건강해진 아버지는 옛날같이 바깥으로만 다니지 않았고 집에서 진정한 가장노릇을 하면서 이 가정을 이끌어 나갔다.

(2)

아버지의 병으로 하여 가정생활은 말이 아니였지만 어머니는 두 아들의 공부만 은 꼭 시키고 싶었다.
료녕성의 반금시와 영구지구는 세계에서도 2번째로 크고 아시아에서는 제일 큰 갈밭이 있었는데 이것은 어머니가 부업을 할수 있는 조건으로 되였다. 겨울마다 갈밭가을이 끝난후에는 어머니는 아버지와 같이 수십리밖의 갈밭을 누비며 갈대를 하나하나 주어서는 집으로 가져와서는 잘 정리하여 묶어서 모아 놓았다가 팔아버 리군 하였는데 그 수입이 괜찮았다. 갈대는 집을 지을 때 지붕과 삿자리 만드는데 많이 쓰였기에 잘 팔렸던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였다. 어머니는 일단 농사의 마무리계단인 타작을 다 끝난뒤 에는 그 산더미같은 짚가래를 한번 다 뚜지면서 빠뜨러버린 벼알을 모으군 하였는데 그렇게 추운 겨울에도 한겨울 모은 쌀이 몇마대식 되군 하였다. 어머니는 그것들을 팔아서 아들들의 공부를 시켰다.
내가 중학교 일학년에 다닐때였다. 한번은 내가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타이르다 못해 다 큰 아들을 매질까지 대면서 강박적으로 선생님의 집으로 나를 끌고 가서는 선생님더러 나를 제발 학교로 데려가달라고 빌다싶이 하였다. 형님이 사범학교 다닐때 역시 중퇴하겠다고 집에 왔을 때 <얘야 나와 너 아버지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너희들 공부시키는 리유가 너들이 공부를 하여서 우리같이 촌구석에서 고생시키기 싫어서라는것을 왜 모르냐?>하면서 형님에게 타이르면서 학교에 억지로 다시 보냈다. 그렇다! 유독 공부을 하여 대학에 가야만 국가에서 배급하는 량식을 먹으면서 힘든 농사를 짓지 않고서도 살아갈수 있던 그 시대였기때문이였다.
내가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구석구석에서 많이 눈물을 훔치는것을 나는 보아왔다. 하여 나 역시 문학을 한다면서 책들을 사서 더 열심히 읽고 글들을 쓰군 한것 같다. 부모님에게 조금이나마 아직까지 노력한다는것만 보여 주고 싶어서였다. 부모님들은 내가 비록 학교에서 중퇴는 하였지만 열심히 공부에 몰두하는데 어떤 희망을 본듯이 있는 힘을 다 하여 지지해 나섰다. 저녁늦게 책을 읽고 있으면 어머니는 잠을 자지 않고 뜨개질하면서 날 동반하였다.
나의 열정에 감화되여 마을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교원으로 초빙하였을 때 어머 니는 내가 마치 장원이라도 따낸 경사라도 난것 같이 잔치상까지 차릴듯이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놓고 일가친척들를 불러놓고 식사를 하였다.
<그래, 난 우리 아들이 출세할줄 알았어! 암, 그렇구 말구! 우리 아들 장하기도 하지!>
어머니는 내가 농사를 짓지 않고 교편을 잡는 그것만으로도 내가 마 치 큰 벼슬이라도 한것같이 좋아했다. 일단 농사만 안 지으면 출세한 것으로 보는 그 시절이였기때문이였다. 그보다도 어머니는 그렇게 농사만을 안 시키려고 아글타글 노력한것이 현실로 된 그 성취감에서 온 행복이라는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내가 통신수업이나마 사범졸업장을 가져 왔을 때 나보다도 어머니가 더더욱 기뻐하였다. 사실 내가 교편생활을 집어치우지 않았더라도 계속 공부를 하였을것이다. 그리 하여 연변대학이라던가 그 어떤 대학의 통신수업이라도 하여 대학졸업 증을 따냈을것이다. 그것은 두 아들을 대학생으로 만들려는 어머니에 대한 효도이기때문이며 그것 또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것이 나의 일생의 한으로 남아있었기때문이였다.


(3)

한사람의 인생에서 항상 우리를 지탱시켜주는 사람이 있고 항상 어떠한 사랑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의 사랑이다.
내가 한때 사업을 말아먹고 집에 왔을 때 아버지가 중병으로 앓고 있어 강박이다싶이 안산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병원의사들은 어머니 얼굴색을 보시더니 한번 검사해보는것이 좋겠다는것이였다. 하지만 매일 진통제로 통증을 이겨가는 어머니였건만 <병도 없는데 무슨 검사는 검사여> 하면서 검사 하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자식들의 절절한 요구 에 어쩔수없이 검사를 하였다. 검사결과는 우리들을 놀라게 할수밖에 없었다. 의사선생님의 말을 따르면 아버지보다도 어머니가 생명에는 더더욱 위험하다는것이였다. 혈압이 너무나도 높았기때문이였다. 언제 어디서 노출혈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것이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약을 쓰려 하지 않았다. 사업을 말아먹고 돌아온 나에게 아버지 의 병치료만으로도 과한 부담이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몸까지 돌보면서 아들에게 부담을 더 가해주기는 싫었기때문이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병을 간호하면서 침대비가 아까워 아버지와 한침대를 사용하려 하였다. 병원규정이 허락하지 않았기때문에 그러지 못하였지만 말이다.
내가 아버지를 간호하는 동안 병원의 음식물이 입에 맞지 않아 끼니 를 제대로 먹지 못하여 얼굴색이 초라해지자 어느날 어머님은 나를 시장으로 데리고 가더니 익은 음식(熟食店) 메대앞에 가서 돼지족발과 돼지머리고기를 몇원어치 사서는 그 자리에서 나더러 먹어라는것이였다 워낙 적게 샀기에 병원으로 가져가서 다 같이 나눠서 먹을것도 없었기 때문이며 워낙 고기음식을 잘먹는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어머니였기 때문이였다.
나는 한입 물고 질근질근 씹기는 하였으나 도무지 목구멍에서 넘길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자기가 보고 있어 먹지 않는가 하여 조선음식짠지 장사매대앞에 가서는 여러가지 김치들을 조금씩 사가지고는 먼저 병원으로 갔다. 나는 어머니가 사준 족발과 돼지머리고기를 도무지 먹을수가 없어서 주머니에 챙겨 두었다가는 병원호실로 가져와서는 어머니가 없는 틈을 타서 아버지에게 드렸다. 나는 많이 먹었으니 드시라 고 하면서 말이다.
어머니는 끝끝내 약도 변변히 써보지 않고 아버지가 출원할 때 따라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더 입원하자 해도 내 주머니에 돈도 거덜이 났기에 안 올수도 없었다.

(4)

병원에서 돌아온후 나는 몇달이고 집문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 처박혀 있었다. 그 당시 내성을 나타내지 않는 아버지와는 다르게 어머니의 찌프린 얼굴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초최해지는것을 나는 력력히 보아낼수가 있었다. 사실 그 당시 밥먹기조차 힘든 나날들이였다. 하여 어머님은 나의 마누라와 같이 한국회사의 라벨(상표)를 가져다 가공 하면서 생활을 유지 했던것이다. 라벨하나 뽄드로 붙이는데 인민페로 1전도 안되였지만 어머니는 며느리와 함께 밤낮 모르고 일하여 한달에 몇백원의 돈을 벌어서는 생활을 유지해 나갔었다.
하루는 내가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어머니는 나를 억지로 객실 로 데리고 나오더니 나벨을 붙히는 일을 좀 도와 달라고 하였다. 사실 어머니가 날 일을 시키려고 그런것은 아니라 내가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것이 안타까웠기때문이라는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여 나는 아무런 표정없이 묵묵히 나와서는 어머니 옆에 앉아서는 어머니를 도와 드렸다.
객실의 카세트에서는 해바라기의 노래<사랑으로>가 흘러나왔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일이 또 하나 있지 … … >
이 노래를 들으며 어쩐지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막내아들이 이렇게 집구석에 썩고 있는것이 안타까웠고 빨리 다시 일어설 그날이 그리웠기때문이였다. 그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나는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샤워를 하며 한없이 흐느꼈다.
지금에 와서 노래라고 모르는 내가 노래방에만 가면 꼭 <사랑으로>를 한번 부르며 나의 십팔번지 노래로 된것도 이것때문일것이다.
내가 사워를 다 하고 나왔을 때 어머니는 나더러 바깥에 가서 채소밭 김매는데 좀 도와달라고 하였다. 사실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워낙 한평생 농사로만 살아온 어머니는 집 주위에 틈만 있으면 밭을 일구어서 채소를 심어서 힘든 생활에 좀 보태군 하였다. 나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려는것도 일을 도와 달라는 목적이 기필코 아니였고 너무나도 바깥출 입을 하지 않으니 바람을 쏘이러 데리고 나가려는것이였다. 나는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우리가 사는 집은 2층이였는데 내가 일층까지 내려 왔을 때 어머니는 원래 두 다리를 잘 못쓰는데다가 발을 헛 디뎠 기에 <악--- >하며 내앞에 쓰러졌다. 그 당시 나는 얼마든지 달려가서 어머니 넘어가는것을 부축하여 넘어가지 않게 할수 있었다. 어머니가 내 코앞에 있었기때문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머니가 넘어가면서 계단모서리에 부딪쳐 무릎에서 피가 흘러도 나는 인차 달려가서 부추겨 일쿼세워주며 상처를 처리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무서운 눈길로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더 잘먹고 살겠다고 그 몸으로 채소밭을 일구며 이렇게 다친단 말이여!>하며 말이다. 그 당시 지금같은 마음이였다면 생명이 위험할지라도 달려가서 내 몸으로 어머님이 다치지 않도록 막아 나섰으련만 오직 가슴아픈 검은 추억으로만 남겨져 평생 나의 마음을 괴롭히게 되였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엇보다도 인내력이 있는 사랑이며 희생정신이 있는 사랑인것 같다.
어머니는 한참만에야 일어나시더니 날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어유, 이젠 죽을 때 다 되였는가보다! 자기 몸도 옳게 지탱하지 못하니 말이 다.>하며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밭으로 절룩거리며 걸었다. 나는 말없이 어머니를 강박적으로 집안에 모셔놓고 내려와서 밭의 김을 깨끗이 메 놓았다. 이 자그마한 <효성>은 한순간이나마 어머니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다 씻어준상싶었다. 그렇다! 자식을 낳아 사랑하는 부모의 십분의 일만 부모에게 바쳐도 부모들은 더없는 만족을 느낄수 있기때문에 말이다.
그때 나는 이 내 인생에서 재일 힘들었던 모든것들을 일기삼아 다 적어놓았는데 그것을 정리하면서 주인공을 바꾸어 놓았지만 후에는 나의 소설로 변한 <슬픈 연정>과 <운명>이였다.

(5)

몇년이 지난 어느날 내가 회사에서 근무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전화왔다. 급히 집으로 왔다 가라는 것이였다. 나는 아버지가 위급하다는것을 예측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는 일하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할 사람이 아니였다
집에 들어서니 아니나다를까 아버지는 눈마저 옳게 뜨시지도 못한체 목구멍에서는 가래가 갈갈거리며 넘기지도 못하였고 숨이 곧 넘어 갈듯말듯 하였다. 나는 아버지 옆으로 다가가서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내가 왔다는것을 느꼈는지 안깐힘을 다하여 눈을 어슴프레 뜨시더니 나의 손을 어스러지게 꼭 잡아 쥐시는것이였다. 숨도 재대로 쉬지 못하는 아버지가 어디에서 그렇게 큰 힘이 있었는지 지금에 와서도 나는 도무지 리해가 갈수 없다. 아마 이것이 바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힘이라고 생각할수밖에 없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앞이라 설음이 부글부글 끊어 넘쳤으나 눈물을 가까스로 참다못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내 뒤에서는 <윽… 윽… >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적이였다 몇년 말도 못하던 아버지가 이 시각… …
그것은 아들인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것을 나는 가슴으로 느낄수 있었 다. 자기옆을 떠나지 말아 달라는 웨침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못난 남자란 허영심때문에 사람들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피하고 말았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아버지를 잃어 가는데 그따위 허영심은 또 무엇인 지 ? 지금에 와서는 리해도 못가겠지만 평소 눈물을 잘 흘리는 나를 두고 <남자란 함부로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아버지의 교육을 항상 받아온 나였는지라 아버지앞에서 눈물을 보이기가 싫었기때문이였다. 나는 슬픈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내 방으로 들어가서는 울고 울고 또 울고… 울기만 하였다.오직 슬픔뿐이였다. 슬픔은 나의 목구멍을 꽉 막혀 버렸으니 나도 곧 숨이 넘어가는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그 부름이 아들인 나를 부르는 마지막 목소리라는것을 알았더라면 내 어찌 아버지 옆으로 다시 달려가서 아버지를 부둥켜 안고 나도 <아버지… 아버지… >하며 소원없이 아버지를 불러보지 않았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다시금 자식들을 불러 들였다. 어머니는 나더러 아버지가 평생 술을 제일 좋아 했으니 술을 조금 먹여 주라고 하였다. 나는 물도 못넘기는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라는 어머니가 리해도 가지 않아 물을 한술 떠서 한모금 먹이러 하였으나 술을 반숫가락 만이라도 먹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따랐다.
의연히 가래가 목구멍에서 갈갈 대기만 할뿐 아버지의 숨은 넘어가지가 않았다. 나는 의사선생을 데려오겠다고 악을 썼으나 어머니는 그러지 못하게 막아버리고 말았다. 이시각 1분이라도 빨리 숨을 거두는것이 아버지에게는 행복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평소 그렇듯 어머니한테 엄한 아버지였건만 자기의 생명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만큼은 그렇듯 인자스러울수가 없었고 어린애인양 어머니가 하자는대로 다 하였다고 한다. 아마 어머니의 일생에서 이 짧은 순간이 제일 사랑받던 나날인지도 모른다. 일생의 서러움을 모두모두 잊어버릴수 있는 그 사랑이였다. 약을 먹으라고 하면 약을 먹고 잠을 자라고 하면 잠이 오지 않으면서도 자는척이라도 하고 많고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은 한마디 못하고 오로지 어머니의 손만 으스러지게 잡아주다가 아플까봐 다시 쓸어주군 하는 아버지였다고 한다.
<어유,한평생 천대만 하더니 그래도 죽으면서 빚갚구 가구먼. 걱정말어! 약속할게… 천상에 가서도 당신만을 만나러 갈거여? 그때 가서는 날 지상에 있을때처럼 천대해서는 안돼 …알았지? >
아버지는 그래도 말귀만은 알아들었던지 눈을 좀 떠보려고 간신히 노력해 보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머리을 약간 끄떡이는것 같았다.
서러움 받을 때 기분이라면 아버지가 힘이 없을 때 콱 한매 때리면서 보복이라도 하고 싶었겠지만 지상에서나 천상에서나 아버지만을 좋아 하는 어머니가 불쌍해 보이기도 하였고 아버지가 부럽기도 하였다.
평생 눈물이라고 모르던 아버지의 두 눈에서는 두줄기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령감, 자식들 다 출세했고 이제 무슨 걱정 있겠소? 나 멀지 않아 인차 따라갈테니… 이렇게 고생하지 말구 아무 걱정말구 눈을 감게!>
어머니는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속삭인다.
아버지 손은 우리의 울음소리를 동반하며 점점 식어갔다. 결국 숨을 지고 말았던것이다 하지만 얼굴에는 고통의 모습이 조금도 나타나지 않았고 으스러지게 잡은 손을 풀리지 않았다.

(6)

아버지가 별세한후 어머니는 길림반석에 사시는 외숙모가 병중하다고 하여 거기로 가겠다고 고집했다 사실 워낙 몸이 병으로 앓고 있었는 데다가 아버지를 몇달 간호하시느라고 허약해질때로 허약해진 어머니가 먼길을 떠난다는것은 너무나도 무례인것 같아 나는 견결히 반대하였다 하지만 괴로운 마음도 달래면서 바람도 쏘일겸 고국땅을 떠나 중국으로 들어왔을 때 40여년 살아온 두번째 고향인 길림반석 고향에 가서 옛 추억의 발자취를 찾아보겠다는데 보내지 않을수도 없었다
어머니는 병으로 모대기는 외숙모를 간호하는 동시에 료녕 영구쪽 으로 이사 나와서 떠난지 10여년이 된 길림 반석의 제2고향의 모퉁이까지 다 거닐며 옛회억속에 빠지군 하였다고 한다. 그러는 어머니가 둘째, 셋째 오빠가 모두 항미원조때 희생해 버리고 하나 남아있던 어머니의 큰 오빠가 되시는 외삼촌의 무덤을 찾지 않을수가 없었다.
<오빠, 많이 적적했지? 나 오빠 보러왔어>
외삼촌 무덤앞에 찾아와서 눈시울을 훔치는 어머니를 보는 순간 같이 배웅하여서 간 나의 외사촌 동생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 났지만 말없이 얼굴을 돌릴뿐 고모되는 어머니에게 이렇다저렇다 말릴수도 없었다고 한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사촌동생 현식이는 어머니의 마음을 좀 안착시키려는 마음으로 반석시의 극장에 데리고 가서 연변가무단의 공연 을 관람시켰다. 워낙 타령을 좋아하는 어머니였는지라 몇십년만에 직접 연변가무단의 공연을 관람하게 되였으니 한순간이나마 모든 서러움과 고통을 다 잊어버린듯이 흥분에 넘치여 같이 타령도 따라 부르며 박수갈채를 보내군 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머니가 갑작스레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재창..>을 울부짖으며 갑작스레 일어서는 그 순간 노출혈이 되였던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쓰러질줄 모른다는 몇년전 안산병원에 입원 하였을 때 이사선생님이 한 그 말이 현실로 되였던것이다.
이것이 1997년10월인 아버지가 세상뜬지 꼭 3달만의 일이였다.노출혈이란 그 고통속에서 허덕이다가 세상을 떠났지만 고통의 그림자는 찾아볼수 없었다. 그것은 기필코 아버지와의 천상의 만남약속을 지키려 갔기때문이며 아버지와의 천상의 만남에 행복하였기때문이리라!
어머니의 골회는 길림에서 료녕영구로 모시고 와서 아버지를 모신 선인도 강물에 띄웠다. 아버지옆으로, 고국땅으로 찾아 가라고 말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천상의 만남약속대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나역시 어머니에게 약속하고 싶다. 언젠가는 천상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는 그곳으로 찾아갈것이라고 말이다. 아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날수만 있다면 지금 간다해도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2007년1월7일

정용호(郑勇浩)

1964년4월27일 중국 길림성 반석현 태생

중문,한문으로 중편소설,단편소설. 수필,시 다수 발표
작품집<주말부부>, <당대작가신세력문선> 등이 있음
산문 <아버지> 전국실화산문응모 대상 수상
<요하>잡지사 명예고문 계약작가
<매원>문학사 명예고문 중국대륙 이사 사이트 주필
<10월논단>산문 편집
중국산문가협회 회원
현 영구호룡봉재품 유한공사 동사장 .

yh4211@hotmail.com
131-305-88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