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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미군 캠프 앞에서 외 1편
정 춘 근
의정부 미군 캠프 철조망에
접근하면 발포한다
경고가 인간적이구나
장갑차로 깔아뭉갠다보다는
할렘가 뒷골목이나
어울리는 위병소 깜둥이야
캠프장 불러라
오십 년 밀린 임대료 받아야겠다
배심원 놈들 다 불러라
흰꽃 박을 타던 흥부 톱으로
슬근슬근 두개골을 열어
놀부 심보를 고쳐 놓으리라
무죄 내린 망치도 내놓아라
휴전선 말뚝 뽑아
너희들 캠프 폐쇄 빗장을
칠성판 못질하듯 박으리라
장갑차와 소녀
반성하지 않는 사람과
분노하지 않는 사람 중에
누구 죄가 더 큰가
미군 장갑차에 두개골이
으깨진 소녀 사진이 전시된
시외버스 터미널
눈썹이 곤두선 중년 부인
사진 밖 소녀 흰 팔목
힘줄이 시퍼렇다
꾸부정한 노인이 내뱉는
"미군 반대하는 놈들은 전부 빨갱이야"
그 말이 깨진 소녀 두개골 위를
장갑차처럼 지나간다
그날 사방팔방으로 튀던
핏물이 하늘까지 번졌나
노을 새빨갛다
정춘근 1960년 강원 철원 출생. 시집《지뢰꽃》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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