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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홍일선
달이 무릎을 꿇어
희고 푸른빛 한송이 섬에 심으셨다.
달은 섬을 지키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한 그루 나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무의 운명을 어찌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날 매향리는 부끄러움뿐이어서 치욕뿐이어서
어머니 아랫도리 다 드러내놓고 살아야해서
갓난아기들만이
세상 겨우 바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설해목 죽은 매화꽃이
삼형제섬 농섬 규비섬 윗섬 이름 불러도
제 이름을 잊고산 섬들은
괌이나 오키나와에서 날아온
미군 F16 폭격기 숫자나 세다가 늙어갔을 것이다.
아아, 갓난아기들 천진무구한 말씀들
대보름날 埋香으로 묻어
삼형제섬들도 마침내 見性하면
지난 날 쿠니사격장 갈아엎어
논밭만들어 땅없는 이들에게 나눠주고
어린이들 뛰노는 들녘 만들면
인근 석천리 이화리 화산리 매향리에
비로소 매화꽃 만발하리라
그날 쿠니사격장 폐쇄를 자축하는 첫 해 첫 날
고유문 지을 어리석은 시인 하나
매향리 마을에 필요할지 또 모를 일이다.
홍일선1950년 경기 화성 출생. 198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농토의 역사》《한알의 종자가 조국을 바꾸리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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