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자료 전체 소설분과 아동문학분과 시분과 젊은작가포럼 특별기고 칼럼 조회 1382 제목 [아동문학분과] 안찬수/ 촛불 이름 관리자 촛불 - 2002년 12월 14일 '주권회복의 날'에 안 찬 수 1. 촛불이 타오른다. 촛불이 타오른다. 눈물처럼 촛불이 슬픔처럼 촛불이 안타까운 마음도 타고 부끄러운 마음도 타고 기도하는 마음도 타고 분노의 마음도 탄다 아이의 손에서도 아이 손을 잡은 엄마의 마음에서도 초등학생의 눈동자에서도 까르르거리며 웃던 중고등학생의 웃음 속에서도 불끈 맨 청년의 머리띠에서도 발길을 멈춘 회사원의 발걸음에서도 단식하는 신부님의 묵주에서도 백팔배하는 스님의 목탁에서도 혈서를 쓰는 방미투쟁단의 손가락에서도 촛불은 타오른다 촛불은 타오른다 2. 밤거리에 촛불이 꽃밭을 이루며 일렁거릴 때, 효순이, 미선이를 언니처럼 누나처럼 동생처럼 사랑스런 딸처럼 여기는 마음속에서 촛불은 화염이 된다. “효순이를 살려내라, 미선이를 살려내라, 좆이부시 사과하라, 소파협정 개정하라, 이 땅은 우리 땅이다, 미군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화염의 목소리가 된다. 여기 서울의 시청 앞에서 저기 부산과 광주, 인천 대전 대구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버스터미널에서, 농협공판장에서, 시장에서, 공원에서 촛불은 자존심의 화염이 된다. 여기 한반도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독일,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에서도 촛불은 뜨거운 연대의 화염이 된다. 3. “언니들 저는 언니들에 관한 사진만 보면 눈물이 나요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세요 그리고 명복을 빕니다! 미국 뭐냐? 뭐라 말할 수 없는 아픔과…눈물… 이 따위 말로써 어떻게 너희들의 죽음을 위로햐랴 하지만 하지만… 이런 말밖에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용서해다오 최백호 그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투쟁하겠습니다 선주 효순양, 미선양 당신들의 억울함을 이젠 우리가 지려 합니다! 부디 편안히 눈 감으세요. 당신들의 죽음은 헛되지만은 않았단 걸 우리들이 보여 줄 겁니다 이덕수 사이버분향소에 남겨 놓은 시민과 학생들의 글에서 눈물의 촛불, 반성의 촛불, 투쟁의지의 촛불은 이제 커다란 화염이 되어 제2의 3. 1운동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제2의 4. 19로 피어오르고 있다. 제2의 6월 항쟁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4. 이리들아, 장갑차로 어린 소녀들의 살점을 물어뜯는 이리들아 소녀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아스팔트를 붉게 물들일 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이리들아, 전쟁기계인 이리들아, 사람을 죽여 놓고 ‘I am happy'라고 말하는 이리들아 “한국민의 자존심과 자주권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 “나와 너,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들쥐가 되기를 거부한다.” 늑대들아 '보이지 않는 손' 이 있다며 흰소리나 떠들어대는 늑대들아 '한 줌의 극단주의자' 들의 소행이라고 헛소리나 떠들어대는 늑대들아 우리들 어린 딸의 내장이 땅바닥에 쏟아지고 있을 때 확성기처럼 흰소리와 헛소리를 부풀리는 '찌라시'나 만드는 늑대들아 경찰력을 동원하여 항의시위자들의 앞길이나 막는 늑대들아 < “우리 문제는 우리가 풀 것이다.” “너희가 못한다면 우리가 할 것이다.” 이리야, 늑대들아 너희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서로 잡아채고 물어뜯고 죽고 죽이는 꼴을 우리는 보리라 이리야, 늑대들아 우리는 끝내 보리라, 너희가 너희로 말미암아 약육강식의 황야에서 멸망하는 날을 5. 촛불이 타오른다 촛불이 타오른다 꿈처럼 촛불이 희망처럼 촛불이 밤거리엔 촛불의 꽃밭 밤하늘엔 별들의 꽃밭 효순아, 미선아 이 꽃밭에서 새처럼 나비처럼 날아오르렴 날아오르며, 날아오르며 다시 푸른 산이 된 사람들을 보아주렴 다시 붉은 마음의 화산이 된 사람들을 보아주렴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의 심장 박동 소리와 너희 벗들의 웃음과 언니 오빠의 기쁨에 찬 외침과 아저씨 아주머니의 평화행진 발걸음소리와 신부님과 스님의 기도와 투쟁단의 승리소식을 들어주렴 촛불이 타오른다, 장갑차와 탱크를 녹여서 쟁기를 만드는 평화의 촛불이 촛불이 타오른다, 헤어져 살아야만 했던 형제가 맞잡은 통일의 촛불이 효순아, 미선아 촛불의 꽃밭, 별들의 꽃밭에 까르르거리며 까르르거리며 춤을 추고 노래하며 즐겁게 손을 잡고 생일잔치에 가는 너희들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진정 너희들의 죽음이 이땅에 사는 이들의 가슴에 밝디밝은 촛불이 되었구나 크디큰 화염이 되었구나. 안찬수1995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아름다운 지옥》《한 그루 나무의 시》 번역서《1968년/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흰두스와라지》외 다수.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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