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내년 6월 서울서 2차 남북작가대회
통일문학상 제정’ 등 3개항 합의… 이행까진 산 넘어 산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입력 : 2005.07.26 04:27 45'

“백두산 새벽에 해와 달이 조응하고, 남과 북이 상응했다. 이것만으로 우리는 하나의 문학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시인 고은 씨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에서 20~25일까지 열린 6·15공동 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에 참석한 남측 문인 98명을 대표한 고은 씨는 대회를 끝내고 귀국하기에 앞서 “분단시대에 남과 북의 문학이 서로의 문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기 문학에 대한 신념이 충돌하는 과정을 거쳐서 장차 통일 시대에 다채로운 문학을 형성할 것을 예감한다”고 말했다.

평론가 백낙청 씨는 “우리 작가들이 직접 와서 북한을 보고 남북한의 벽을 허무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며 “물론 북한에 대해 더 비판적 시각을 갖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직한 작가라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민족문학 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를 성사시키기까지 실무협상을 맡은 작가로서 “내년 6월쯤 제2차 민족 작가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북측 문인들은 서울과 광주, 제주도를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작가회의가 지난 2003년부터 북한 작가 동맹 대표들과 실무 협의를 거친 끝에 어렵게 이뤄진 남북작가대회는 이번 공동선언문을 통해 6·15민족문학인협회 구성, 통일 문학상 제정, 공동 기관지 ‘통일문학’ 발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3대 합의사항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추후 협의를 통해 모색키로 했다는 점에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북한 문학의 이질성이 심각한 상태에서 민족문학인협회의 집행부를 구성해야 하고, 통일 문학상 심사규정과 기금을 마련해야 하며, 기관지 편집방침을 정해야 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남한 작가들은 북한 문학의 정치성에 큰 실망을 나타냈다. 소설가 S씨는 “통일 문학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며 “서로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다”고 회의적 시각을 털어놓았다.

남한 작가들은 북한 문인들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도 북한 안내원들이 나타나 감시를 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진저리를 쳤다. 특히 진보적 젊은 문인들 중 상당수가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 시인은 이번 대회 진행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나쁘다”며 “항일투쟁 유적지 교육코스만 다닌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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