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석영과 홍석중 | |
단편 ‘한씨 연대기’ 등에서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체화한 작가 황석영씨와 소설 ‘황진이’로 한국에도 소개된 북한 작가 홍석중(1930년대 ‘임꺽정’을 조선일보에 연재한 벽초 홍명희의 손자)씨가 평양 고려호텔에서 대담을 가졌다.
20일부터 25일까지 평양·백두산·묘향산 등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간문이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둘이 함께 글을 쓰자”고 약속했다. 올해 64세인 홍씨가 황씨보다 2년 위지만, 최근의 문학적 관심사, 통일 문학에 대한 전망 등을 펼치는 이들은 문학 청년 같았다. 같은 시대를 남북 양쪽에서 작가로 살아온 동질감이 이들을 따뜻하게 감쌌다.
▲황 = 벽초 선생의 ‘임꺽정’을 1950년대 누나들이 빌려온 책으로 어깨너머로 보면서 자랐다. 세 번 탐독했다. 벽초 선생이 없었다면 ‘장길산’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런던에서 당신의 작품 ‘황진이’가 남쪽의 출판사 창비가 주관하는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통쾌했다. 그것은 문학의 힘이 분단의 높은 벽을 뚫은 일대 사변(事變)이었다.
▲홍 = ‘황진이’를 내고, 또 이렇게 황형을 만나 소감을 듣고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 이번 민족작가대회가 바로 그런 것이지만 우리는 절대 분리해서 살지 못한다. ‘임꺽정’이 ‘장길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장길산’의 제일 애독자이다. 나만큼 ‘장길산’을 많이 읽은 독자도 없을 것이다. 머리맡에 늘 꽂아두고 순서 없이 꺼내 읽는다. 어설픈 데도 있지만 매번 감탄한다. ‘장길산’과 내 소설은 어딘가 모르게 닮은 데가 있다. 그러니까 서로 보완하는 거다. 우리 문학의 뿌리는 같다.
▲ 지난 23일 백두산에서 열린‘통일의 새벽’행사에 남북 문인 20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 | |
▲황 = ‘장길산’은 이북 지도를 펼쳐놓고 조선시대 의금부 기록을 뒤져 가며 쓴 것이다. 내가 작품 무대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면 그렇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홍 = 우리 민족문학은 우물 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물 안에 가만히 있으면서 밖에서 뭔가 해주기를 바라면 되는 일이 없다. 황형은 그 동안 어려운 선구자의 길을 걸어왔는데 부탁이 있다. 꼭 남쪽만 생각하지 말고 북과 남을 같이 끌고 가는 노릇을 해줬으면 한다.
▲황 = 16년 전 나 혼자 북에 와 뒷골목 다니듯이 다녔는데 지금 남쪽 문인 100여명이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왔다. 이제 남북 문학이 하나가 되었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우리가 같은 말을 써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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