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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하기 ' 남북작가대회' 가다] <상> 평양별곡
'취중월북'때 못만난 홍석중과 대면 '감격'
"여성 안내원 선전물 보여주며 '위대한 장군'만 읊어
'똥장군도 있다' 南 시인 언급에 한때 일정 취소되기도
호텔서 본 평양 밤 거리는 마치 살아있는 무덤 같아…"
지난 20~25일 북한의 평양 백두산 묘향산 등지에서 분단 60년만에 처음으로 남북한 작가 등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남북작가대회)'가 열렸다. 남북작가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온 소설가 김하기의 글을 3회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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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평양의 중심가인 창광거리는 조용하고 깨끗했다. 하지만 평양 사람들의 활기 넘치는 삶을 보기 힘들어 아쉬웠다. 창광거리에서 신세훈 한국문인협회 회장,신경림 시인(왼쪽부터)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지난 20일 남북작가대회 남측 대표단(단장 고은)의 일원으로 인천공항에서 평양으로 떠나는 날,누구보다도 감회가 착잡했다. 9년 전 '취중월북'이라는 신조어를 남기며 두만강을 헤엄쳐 건넜던 열정과 혼돈의 방북은 이제 비행기 날개 아래 펼쳐지는 평양 풍경을 바라보니 냉정한 현실이 되었다.
나는 '전에 비해 다른 점은 스릴이 없다는 것이다' 등의 농담조의 소감을 말하며 평양 땅을 밟았다. 이번에는 지난 번 방북에서 이루지 못한 3가지 숙제를 안고 떠났다. 첫째 만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던 북측 작가 홍석중을 만나는 것,둘째 백두산 등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9년 전에 비해 북한 땅이 얼마나 변했는지 그 모습을 살피는 일이었다.
남북작가들은 인민문화궁전에서 장장 3시간에 걸친 장마 같이 지루한 회의 끝에 6·15선언의 실천에 앞장서서 노력할 것과 남북 통합 문인단체의 구성과 통일문학상 제정 등 몇 가지 사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난 그런 선언적 모임보다 만찬회 때 홍석중을 비롯한 북측 작가를 만나는 게 더욱 의미 깊었다. 특히 홍석중과의 만남은 감격적이었다. 홍석중은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로 남북에서 모두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9년 전 홍석중을 만나려고 시도했으나 홍석중이 사실상 숙청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는 이제 만남의 물꼬가 트였으니 부산에 꼭 한 번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시작된 평양 관광은 음양이 교차하는 착잡한 코스였다. 우리가 보기를 원하는 평양시민들의 삶은 차단한 채 높이 175m를 자랑하는 주체탑을 비롯해,개선문,만경대,통일전선선전탑,소년문화궁전,평양지하철 등의 지정된 선전물만 보여 주었다. 여성 안내원들이 앵무새처럼 '위대한 장군'만을 되뇌자 남측의 한 시인이 '장군 중에는 짊어지는 똥장군도 있다'라고 말해 한 때 모든 행사 일정이 취소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적도 있었다. 북한에서는 입북자들에게 소위 세뇌화를 위한 교양을 주는데 직업과 계층에 따라 교양기간이 달라진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가장 길어야 6개월만에 끝나는데 작가들은 자유주의가 심해 죽을 때까지 교양한다는 말이 있다.
한 가지 놀라운 평양풍경은 대동강 한가운데 원산에서 나포한 미국군함 푸에블로호를 띄워놓은 일이었다. 반미선전 효과는 둘째 치고 물길이 막힌 원산에서 평양까지 어떻게 그 배를 끌고 왔느냐가 자못 흥미로웠는데,분해해 가져와서 조립했다는 설보다는 미군의 위성감시망을 피해 동해 남해와 서해를 거쳐 대동강으로 끌고 왔다는 설이 유력했다.
 / 입력시간: 2005. 07.26. 0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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