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이라니, 순수·참여문학 논쟁은 60년대에 이미 끝났다"
24일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이 공동주최한 '문학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 토론회에서는 '세종도서(우수도서) 선정 사업 기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이라는 기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우수문학은 어용문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고명철 광운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우리 문학은 순수·참여문학 논쟁을 이미 넘어섰는데 이런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시대퇴행"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좋은·우수문학을 일상에서 만나면서 문학적 진실을 삶의 토양으로 녹여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라는 기준에 대해 고 교수는 "경쟁력 강화가 경제적 가치의 유무 차원이서는 곤란하다"면서 "문학작품과 그에 대한 지원은 '예술생태계'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관련 담당자들은 '좋은·우수문학'에 관한 맥락을 공유해야 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바뀌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백가흠씨는 "해당 기준들은 이 정부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작가들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문학은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며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과 정책을 이해할 때 문화수준은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인들은 사업 운영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2013년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 도서·심사위원 선정 등에 있어 부족함이 드러난다"면서 "주체를 민간단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특정이념' 기준은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됐던 표현이며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일환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 과장은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됐던 표현이며 빠른 시일 내 대안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김 과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문인들은 세종도서 선정 사업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시인 신용목씨는 "김 과장의 뉘앙스처럼 사소한 오해를 풀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도 문화예술과 그 정책 이해의 빈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각한 자리"라면서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실무자들이 이와 같은 기준을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이 문제의 핵심은 예술지원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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