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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항 편지' 페이스북 화면 캡처 ⓒ News1 |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이영숙, 고창석,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10달이 다 되도록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10달이 되도록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죽음에서조차 소외되고 이제는 잊혀지고 있는 실종자와 낮에는 그런대로 버티지만 밤이되면 울음이 복받치는 그의 가족들이다.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편지가 속속 팽목항으로 도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팽목항을 방문했던 문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돼 시민들도 참여하고 있는 '팽목항으로 부치는 편지'다. 이들은 가슴 절절한 참회와 분노, 슬픔을 담은 손편지나 엽서를 쓰고 인증샷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후 이를 '539-842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팽목지기 성훈삼촌 앞'으로 보낸다.
제일 처음 이를 제안하고 지난달 30일 첫 편지를 띄운 정우영 시인(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팽목항을 방문하면서 본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면서 "'산다는 것의 의미가 없어진' 이들에게 살아갈 힘이 되고 잊혀져가는 세월호를 되살릴 쏘시개 역할을 하자는 생각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수신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인 '하늘나라 우체통'으로 보내는 편지들과는 달리 이 편지들은 희생자뿐 아니라 유가족, 실종자, 그
곳에 직접 갈 수 없는 피치 못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 세월호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 등 우리 모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신지가 '팽목항'인 것처럼 이 편지들은 팽목항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전해진다.
김명기 시인은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집에서 피우지 않던 담배를 물고 팽목항으로 편지를 씁니다. 편지를 쓰며 울컥합니다. 나는 아직 팽목항을 가보지 않았습니다. 두려움 때문입니다. 한동안 먼 바다를 떠돌았던 나는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압니다.(...중략...)오늘 이곳에서 팽목항 까지 거리를 확인하니 573킬로미터가 나오는 군요. 먼 거리입니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마음 거리가 더 멀었다는 것을 고백 할 수밖에요. 사건 이후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집회나 나가고 공분을 나누고 연대서명을 하거나 작가선언에 참여한 게 고작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는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거죠. 그것 역시 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사하기 위함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그 두려움을 접고 조만간 팽목항을 갈 생각입니다. 가서 이 나라 어른으로서 그들에게 잘못한 것을 사죄해야겠습니다. 팽목으로 가기 전 먼저 편지를 보냅니다. 저의 두려움도 편지와 함께 그곳으로 보냅니다"라는 편지를 띄웠다.
정우영 시인은 편지에서 "윤희 삼촌(팽목항지기)의 말에 따르면 그러나, 이 삶(실종자들의 삶)은 살아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낮은 그런대로 버티지만 밤만 되면 통곡의 시간이라는 겁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함께 먹고 자야 할 식구들이 저 차디찬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데요. 도저히 잠들 수 없는 거지요. 목 터져라 외쳐 부르다가 미치지 않겠습니까. 그리움에 가슴 터지지 않을까요. 이런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느라 가족들은 다 이미 환자라고 합니다. 어떤 분은 장 운동이 멈춰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원인 불명이라 했다는군요. 저는 그 분의 생의 욕구와 의지가 다 소진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윤희 삼촌은 이렇게 말했지요. 차라리 그 지독한 포르말린 냄새를 맡으며 가족들의 통곡소릴 듣고 싶다고 말이지요. 그 통곡은 실종자 귀환의 호곡이며 부르짖음일 것인데요. 오히려 그 소리가 삶의 소리가 아니겠느냐는 거지요. 이 무슨 기막힌 역설의 정경인가요. 죽음을 맞이하는 게 사는 것이라니요."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 시민은 "속절없이 또 계절 몇이 지나 다시 그 악몽의 4월이 머지 않지만 어제인듯 코앞인듯 생생해서 우리모두 잠자지 못하고 먹지 못했습니다. 내 잘못인 것 같아 사무치게 미안합니다"라고 편지를 보냈고 또 다른 시민 역시 "잊혀지는 것에 대한 공포와 외로움이 엽서 한장의 무게만큼이라도 덮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실종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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