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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문학'이라는 표현, 이젠 잘 쓰지도 않는데 
-'순수문학'만 된다는 정부방침, 군부독재 생각나게 해 
-문학이 국가경쟁력강화랑 무슨 상관인가? 
-가장 뛰어난 문학은 가장 자유로울 때 나온다 
-기준이 강화되면 문학작품은 위축될 수밖에 
-군사독재 때 핍박당했던 고은 시인이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잊지 말아야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1월 27일 (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 정관용> 정부지정 우수도서 사업이 있습니다, 세종도서 사업이라고 하는데요. 정부가 최근에 그 가운데 문학 분야의 선정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이런 표현을 추가로 넣겠다. 또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 '이런 표현도 추가로 넣겠다’ 이런 방침 내놓아서 지금 한국작가회의 또 한국출판인회의 등이 공동성명을 내고 규탄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새 우수도서 선정기준, 이거는 구태다. 또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런 주장이에요. 저희가 문화체육관광부 측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으셨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고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사무총장을 연결해보죠. 정 총장님, 안녕하세요? 

◆ 정우영>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세종도서 사업이라고 부르나 봐요, 정부지정 우수도서를 총괄해서? 

◆ 정우영>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언제부터 시작됐어요? 

◆ 정우영> 세종도서 사업이라는 명칭은 작년부터예요. 그전에는 문학나눔, 우수 문학도서 사업이라고 그래서 문예진행기금 사업으로 진행해 오고 있었습니다. 기간으로 보면 한 10년 진행하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이렇게 우수도서로 선정되면 어떤 혜택을 받게 됩니까? 

◆ 정우영> 일단 일정 정도의 부수를 공공기관에서 구입해서 도서관 등에 보급해 주죠. 그래서 책을 사주니까 작가들한테는 책을 좀 팔리게 해서 좋은 것이고 도서관 등의 보급처에는 좋은 책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정부에서 하는 사업치고는 매우 좋은,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몇 부 정도를 사서 도서관에 주는 겁니까? 

◆ 정우영> 해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작년의 경우는 1,000부 정도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해마다 달라집니까? 

◆ 정우영> 대체로 이것은 예산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몇 권이라고 정리해 드릴 수는 없고요. 작년의 경우는 52억 원 정도가 문학나눔 도서에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 예산이 들쑥날쑥 하나보죠, 매년? 

◆ 정우영> 아마 이제 그전에는 공공기금으로 운영이 됐기 때문에 예산이 좀 달라졌었는데 이게 일반회계로 2014년부터 편입이 됐어요. 

◇ 정관용> 작년부터? 

◆ 정우영> 네. 그래서 아마 2014년, 2015년 올해도 조금 늘렸는데 줄지는 않고 일반회계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범주 안에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변동이 좀 없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연간 50억원 좀 넘는 돈 앞으로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이런 전망이고 거기서 ‘한 1,000부 정도씩 사서 도서관에 뿌려주는 그런 역할을 한다’ 이 말이군요? 이런 선정하기 위해서 전문가들로 별도 위원회가 또 구성되고 그럽니까? 

◆ 정우영> 심의위원회라는 게 구성돼서 움직이죠, 심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하니까. 그래서 작년에도 보면 추천위원회 또 심사위원회 이런 것을 도입해서 이중적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한때 논란이 됐던 재미교포 신은미 씨, 북한 다녀오셨던. 그분의 책도 바로 이 대목에 우수도서로 지정됐던 겁니까? 

◆ 정우영> 이것은 좀 경우가 다른데요. 왜냐하면 2013년도까지 우수문학 도서는 민간기관에서 했어요, 복권기금 예산을 가지고. 그게 예산 이름을 민간경상보조라고 그러는데 민간단체에게 위탁을 해서 민간단체가 스스로 심의도 하고 결정하고 선정,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물론 예산에 대한 통제, 감시는 공공기관에서 하게 되겠지만 그래서 신은미 씨 책의 경우에는 세종도서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게 기금의 성격하고도 같은 문제인데요. 이게 작년처럼 일반회계로 편입돼서 심의선정됐다면 공공기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죠. 이게 선정 이유가 문제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 수정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취소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거는 문화부 사업이 아니었고 물론 출판문화산업진흥원도 아니고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라는 민간단체에서 이 사업을 했어요. 

◇ 정관용> 책읽는사회문화재단? 

◆ 정우영> 네. 그래서 2013년도 우수문학 도서의 경우는 실제로는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 없는 사업이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일정 부분 폭력적인 마녀사냥 방식으로 취소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민간재단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했는데 논란이 되니까 그 선정 과정에는 전혀 권한이나 참여하지도 않았던 정부가 나서서 그걸 취소했다? 

◆ 정우영> 그렇죠. 

◇ 정관용> 그런 얘기로군요. 

◆ 정우영> 네. 

◇ 정관용> 그런데 어쨌든 지금의 시스템은 작년부터 새롭게 시작된 정부 일반회계로 이름도 세종도서로 바뀌어 있는 이거로군요. 

◆ 정우영>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올해부터 새롭게 그 기준을 좀 만들어보자라고 하면서 거기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이런 표현이 들어갔다는 거죠, 아직 확정은 아니라고 하는데. 

◆ 정우영> 네. 그런데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문건 자체가 추진방향, 이름이 뭐냐 하면 2015년도 우수도서 선정사업 추진방향입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어떤 사업을 할 때, 계획을 짤 때 지금이 1월 말쯤에 가까우면 이 사업은 스케줄에 의하면 2월, 3월에 공고를 해서 4월에 선정하는 이런 식으로 짜여 있거든요. 물론 그동안에 문제가 생기니까 8월로…. 문학나눔의 경우는 상반기가 아니라 하반기다, 이렇게 늦춰놓기는 했는데 이 자료, 이 문건은 그냥 일반적인 공무원이 이를 테면 어떤 많은 안 중의 하나로 작성한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제가 파악한 거로는 이 문건이 포함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가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하급 직원이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 그냥 일반적인 어떤 안을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죠. 여기에는 선정 기준들이 너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거 든요. 

◇ 정관용> 문학체육관광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지금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작품이라고 하는 문구는 담당과인 출판인쇄산업과 내부에서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던 표현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하는데 정우영 사무총장이 보시기에는 이건 거의 정해져서 대통령 보고까지 마친 거다라고 보신다? 

◆ 정우영>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이 표현은 어떤 위험성,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까? 

◆ 정우영> 이 항목 속에는 저희가 보기에는 정말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정부에서 공공연히 쓰는 특정 이념이라는 단어와 또 순수문학이라는 단어에는 사실은 군부독재 시절의 통제와 감시가 물들어 있는 단어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일반인들이 특정 이념, 이렇게 쓰면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단어 속에는 군부독재 시절에 문학이 겪었던 아픔이 녹아 있는 어휘거든요. 이렇게 만일에 이러한 방식으로 강요를 하게 된다면 작가들에게는 이 선정기준이야말로 소름끼치는 억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눈앞에 있으면 스스로 자기 생각을 검열해야 되기 때문에 그렇죠. 

◇ 정관용> 자기검열? 

◆ 정우영> 그럼요. 그래서 저희들은 이 기준이 그냥 단순한 게 아니고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유, 사상 표현의 자유거든요. 그것을 강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순수문학의 반대말은 뭡니까? 

◆ 정우영> 순수문학의 반대말은 없습니다. 

◇ 정관용> (웃음) 

◆ 정우영> (웃음) 왜냐하면 모든 문학은 순수하잖아요. 또 역으로 모든 문학은 특정 이념을 갖고 있습니다. 순수하면서 동시에 이념적이죠. 그걸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구분하기 어려운 거죠. 그리고 최근에는 순수문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좋은 문학이냐 아니냐, 이런 표현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게 과거 6, 7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이른바 순수문학, 참여문학 이런 식으로 구분하던 그거 아닙니까? 

◆ 정우영> 그렇죠. 그런 후진적, 퇴행적인 이념의 잣대, 구분의 잣대, 편 가르기를 여기 이 지금 선정 기준에 집어넣어서 이거를 넌지시 떠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 정관용> 사회성이 전혀 없는 것만을 순수라고 그때는 불렀었죠? 

◆ 정우영> 그렇죠. 그러니까 개인의 일탈이라든가 사회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개인의 목소리. 그런데 사실은 그마저도 있을 수가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사회와 동떨어져서 혼자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불가능하죠. 

◇ 정관용> 그리고 또 하나의 기준이 ‘인문학 등 지식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 이것은 어떻게 보세요? 

◆ 정우영> 문학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저도 좀 의아스러워서 나중에 이건 좀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 발상에는 문학을 산업으로, 어떤 기간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말 뛰어난 문학은 가장 자유로울 때 나오거든요. 이런 기준이 강화될 수록 문학작품은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태생적으로 문학인의 예술은 제도 안이나 제도 밖을 지향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러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은 어떤 방식이어야 하느냐면 고은 선생님을 예로 들고 싶어요. 고은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한때 정권으로부터 굉장히 핍박받았던 대상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우영> 그런데 그분이 지금은 노벨상 후보로 추앙받고 있거든요. 이게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방식이잖아요, 고은 선생님의 이런 작업들이. 그런데 고은 선생님한테 누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라고 심의기준을 들이대면서 작품을 이런 식으로 쓰십시오, 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을 것이고 또 어떠한 선정기준을 그렇게 준 적도 없을 거예요. 

◇ 정관용> 작년도의 경우 선정 기준에 뭐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까? 

◆ 정우영> 작년도의 기준에는 간단합니다, 한 줄.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고려하여 우리 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 작품’이었습니다. 그거 한 줄이었어요. 

◇ 정관용> 그거 참 잘 썼네요? 

◆ 정우영> 그렇죠. 그런 관점이라면 누구든지 동의할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네. 그냥 작년처럼 하면 될 텐데 굳이 새 항목을 추가하려다가 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거군요. 

◆ 정우영> 지금 저희가 보기에는 굳이 그 항목을 추가한 것은 아니고요. 문화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의도,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문구로 표출이 되는 거죠. 

◇ 정관용> 아마 그 계기는 신은미 씨 도서 사건도 계기가 됐겠죠? 

◆ 정우영> 네, 그렇다고 봅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말씀 듣고 어쨌든 문화체육관광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것은 그냥 실무적 검토 중이었다, 최종안은 8월 사업공모 시 확정된다 하니까요. 8월까지 이거 계속 밀고 나가는지 그렇지 않은지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우영>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정관용>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사무총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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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링크 : http://www.nocutnews.co.kr/news/4360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