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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23일 오전 5시. 민족작가대회가 사흘째 되는 날.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 천지 기슭에서는 참으로 감동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분단된 후 60년 만에 남북의 문인 200여명이 손에 손을 잡고 “우리 먼저 마음 문을 열고 통일하자! 문학 먼저 통일하자!”를 함께 소리 높여 절규했다.
원로 중진도 중견 신인도 남자도 여자도 남측도 북측도 구별 없는 한 덩어리 혈족들이 왜 반목하며 총칼을 마주하고 살아야 하느냐며, 백두 영산 천지를 발원으로 지맥도 혈맥도 한 탯줄이거늘 뭣 때문에 인맥만 60여년 돌아 앉아 살아야 했느냐며, 이제 그러지 말자며 서로 엉켜 울음 말을 토했다. 그곳에는 이념도 사상도 없었다. 주체사상의 집체문학도 없었고 개인이나 자연 위주의 순수문학도 없었다. 오로지 60년 만에 상봉한 첨예한 감성의 한 핏줄들만이 있었다.
북측의 시인이 얼굴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천지신명이 우리의 합환을 축하하고 있다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하늘에는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제 막 운해(雲海)에서 솟구친 황금색 태양과 상긔(아직)도 두둥실 떠있는 열이렛날 큰 달, 그리고 장군봉을 비롯한 200여개의 웅장한 봉우리들과 천지의 청록색 시퍼런 물이 그야말로 핏줄들의 상봉을 어버이 품안으로 끌어안듯 굽어보듯 참으로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2750m 백두산 영봉의 하늘에 달이 있고 해가 있고 천지(天池)가 명경알처럼 맑고 밝고 찬란하게 빛나는 날은 북측 사람들도 평생에 만나기 힘든 진정 기이하고 신비로운 날씨라고 했다.
“천지신명님! 우리 조국을 하나 되게 해 주소서. 어디로 갈까 남측 북측 방황케 하지 말고 내 조국 어디나 들를 수 있게 도와주소서. 통합해 주소서!”
천지를 향해 엎드린 재외동포 문인이 목 메인 소리로 기도했다.
남측 대표 고은 시인도 “백두산 새벽에 해와 달이 조응하고 남과 북이 상응했다. 이것만으로 우리는 하나의 문학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이날은 남측 작가 98명이 6·15 공동성명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 대회의 방북 일정 중간쯤 되는 날이었다. 첫날 만남에서 결성했던 ‘6·15 민족문학인 협회’ 창설, 협회기관지 ‘통일문학’ 발간, ‘통일문학상’ 제정에 대해 ‘문학을 하나’로 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내용들이 남북측 문인, 재외교포 문인 대표들의 시낭송으로 재다짐 되어졌다.
동일한 언어이면서도 60여년의 분단은 언어의 이질화를 불러왔고 문학을 다루는 제반 방법도 달라져 남북 상호간의 접근이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라는 낙관적인 생각이 전신을 휩쌌다. 적어도 이날 백두산의 분위기라면 서로간의 감정도 이성도 ‘하나’되었던 상황을 보아서는 그러했다.
첫날 남측 문인들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첫발을 들여 놓았을 때 100여명의 북측 문인들이 그 흔한 박수 한 번 없이 앉은 채 쳐다보기만 하던 서늘한 표정을 떠올리면 백두산의 ‘정치의 벽을 넘어선 것 같던’분위기는 진정 ‘사건’이었다.
장차 공동으로 결성한 조직이 어떻게 활성화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산 넘어 산으로 무척 힘들 것이란 예측만 한다. 다만 양측의 노력이, 이날의 “마음 문 열어, 문학이 먼저 통일하자!”고 절규하던 순간의 간절한 마음으로 정진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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