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강태성기자】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가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되였다. 20일에 있은 본대회에 이어 21일에는 평양시참관, 22일과 23일에 걸쳐 백두산지구 참관과 《통일문학의 새벽》행사를 치르고 23일과 24일에 걸쳐 묘향산을 찾아 국제친선전람관과 보현사를 참관하였다. 24일 저녁에는 민족작가대회 남측대표단이 답례연을 차렸다. 분단력사상 처음으로 실현된 민족작가대회의 5박 6일을 더듬어본다.

6.15의 기치따라 나아가는 힘찬 발걸음

23일 백두산정에서 진행된 《통일문학의 새벽》행사 [조선중앙통신=조선통신]

조국광복 60년이자 국토분단의 60년이다. 외세에 의한 분단의 비극은 문학발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고 반공이 국시로 되여있던 남조선에서는 통일을 부르짖는것자체가 죄가 되는 엄혹한 상황에 있었다. 그러나 2000년 6월 15일 북과 남의 수뇌분들이 통일의 리정표를 밝힌 공동선언을 채택하시여 드디여 통일의 새 시대에 들어서게 되였고 활발한 북남교류의 장이 펼쳐지게 되였다.

지난해 8월 평양과 백두산에서 민족작가대회를 분단력사상 처음으로 가지기로 북의 조선작가동맹과 남의 민족문학작가회의가 합의를 보았다. 4차례의 실무접촉도 성과리에 끝나 개막의 날을 기다리기만 하던 때 대회는 직전에 연기되였다.

김일성주석님서거 10돐에 즈음한 남측추모대표단의 방북불허, 대량적인 유인랍치사건, 대규모군사연습의 실시 등 통일기운에 찬물을 끼얹는 엄중한 사태가 련이어 벌어지자 대회를 가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북측이 판단을 내린것이다.

그러나 올해 6.15공동선언 5돐기념행사가 평양에서 성과리에 진행되고 북남상급회담도 열려 여느때없이 통일기운이 고조되는 속에서 민족작가대회의 성사가 전격적으로 발표되였다.

20일 11시에 고려항공으로 인천공항을 떠나기로 되여있던 121명의 남측대표단은 2시간이나 늦어 순안비행장에 도착하였다. 지난해의 쓰라린 추억이 되살아나 가슴을 태웠는데 인천공항에 안개가 끼였기때문이란것을 도착한 다음에야 알게 되였다.

대회는 당초 오후 4시부터 인민문화궁전 원탁회의실에서 가지기로 되여있었다. 도착시간이 지연되여 늦어질것이라고 예견은 했는데 실지 개막된것은 오후 7시 40분이였다. 대회안건과 대회에서 채택되는 공동선언의 조절작업이 막판까지 진행되였다고 한다.

《60년을 기다렸는데 한, 두시간이 무슨 대수요.》 재일조선작가대표단의 로시인은 력사의 순간을 앞두고 태연자약했다.

《민족문학인협회》의 결성과 《통일문학상》의 제정

력사적인 민족작가대회는 조선작가동맹 장혜명부위원장, 남측대표단 상황실장인 정도상작가, 총련작가대표단 오홍심시인 등 북, 남, 해외의 공동사회로 특색있게 진행되였다.

대회에서는 《6.15통일시대 민족문학작가들의 임무와 역할에 대하여》, 《〈6.15민족문학인협회〉결성에 대하여》, 《〈6.15통일문학상〉제정에 대하여》 등 3가지 의제로 북, 남, 해외의 작가들이 보고를 하고 그에 대하여 지지하는 토론들이 진행되였다. 모두 9명이 연단에 섰다.

하나의 연단에 서서 보고자와 토론자들은 6.15공동선언이 열어준 통일시대의 새로운 요구에 맞게 자주통일문학, 애국애족문학을 창조할것을 확인하고 열렬히 호소하였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북과 남, 해외문학인들의 단순한 련합이 아니라 6.15에 기초하여 민족문학발전과 통일에서 견인차적역할을 할수 있는 실속있고 권위있는 조직으로 《6.15민족문학인협회》를 새로 내올것을 합의보았다. 공동의장단과 상설적사무처를 내오며 협회기관지인 《통일문학》도 함께 발행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6.15민족문학인협회》가 주관하는 통일문학상인 《6.15통일문학상》을 제정하고 앞으로 통일문학의 최고상, 민족의 표창으로 주는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할데 대하여 호소하였다.

대회에서는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선언문이 전체 참가자들의 박수속에 채택되였다. 5항목으로 된 공동선언은 6.15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유일한 리정표로 삼고 민족문학활동에서 련대와 련합을 강화하며 《6.15민족문학인협회》, 《6.15통일문학상》제정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였다.

페막사에서 남측대표단 고은단장은 이번 대회가 16년전인 1989년에 예정된 남북민족작가대회의 감격적발전이라고 하고 민족문학인협회의 결성과 통일문학상의 제정은 실로 놀라운 민족적성과라고 지적하였으며 《문학은 살아있습니다.》는 절규로 맺었다. 다음은 서울회의로 확정되였다는 언명도 있었다.

장장 60년, 하나의 강토에서 하나의 모국어로 민족문학창조의 가시덤불길을 헤쳐온 북과 남의 작가들은 이날 오랜 소원이던 통일문학의 만남을 실현하였고 해외에서 달려온 작가들도 이에 합세하였다. 력사적인 만남을 이룩한 민족작가들의 가슴마다에는 6.15의 기치가 힘있게 나붓기였다.

정력적인 활동으로 낮과 밤을 이어

남측대표단은 121명, 30대로부터 80대까지 남조선의 문학계를 대표하는 중진작가들이 평양을 찾아왔다.

남측대표단은 숨돌릴 사이도 없이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등 여러곳을 정력적으로 돌아보았다.

21일 대표단은 만경대고향집을 첫 출발로 쑥섬에 있는 통일전선탑, 주체사상탑, 개선문을 돌아보았다. 또한 오후에는 재북인사들의 묘를 참배하고 그후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참관하여 소조원들의 환영공연을 관람하였다. 32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속에서 그들은 땀을 철철 흘리면서도 샅샅이 살펴보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법석거렸다. 또한 그들은 학생소년궁전 소조실을 찾아 소조원들의 련습을 유심히 보았고 통일념원과 민족성 넘치는 공연을 펼치는 재치있고 귀염성스러운 소조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절찬을 보내였다.

22일에는 드디여 백두산행이 시작되였다. 인원관계상 대회참가자들은 2조로 나뉘여 백두산을 향하였다.

아침 6시에 숙소를 출발한 제1진은 7시 40분 평양비행장을 출발하여 8시 45분에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하였다. 비행장에 내리자마자 백두고원의 시원한 바람이 대표단을 감싸주었다.

《악전의 결과야.》 남측대표단의 한 성원은 지난해부터 이번 대회의 실현까지 넘고넘어온 보람찬 《악전》의 나날을 동료들과 감회깊이 더듬었다.

북방의 수림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이깔나무, 가문비나무, 봇나무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았고 구름같이 흰 우정금, 자주색으로 눈부신 쥐손이풀꽃, 노란 곰취 등 처음으로 보는 고산식물에 대표일행은 탄성을 올렸다.

백두산밀영고향집을 찾은 대표들은 군복차림의 강사들의 설명을 들으며 귀틀집들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안내원동무가 노래를 부르겠답니다.》는 남측 정도상작가의 요청에 《여기서는 부르게 되여있지 않습니다.》고 수집음을 타는 처녀강사. 후에 부르겠다는 강사의 말을 듣고 둘이는 약속의 뜻을 담아 손가락을 걸었다. 서로 마음이 오가는 흐뭇한 순간이였다.

밀영을 떠나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꾸 뒤를 돌아보는 남측작가들. 그들은 삼지연대기념비며 백두관을 돌아보고 삼지연읍의 특색있는 살림집들도 창너머로 유심히 바라보았다.

백두산정에 메아리친 《통일문학의 새벽》

23일 새벽 2시. 전날에는 간간이 소낙비도 퍼부었는데 서쪽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떴다. 밝은 달빛에 산의 자태가 우렷이 떠오르고 숙소인 베개봉려관의 현관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었다. 아마 잠도 설치며 마음은 벌써 백두산정에 있는것 같았다.

3시에 떠난 뻐스는 어두운 산길을 힘들게 톺아올랐다. 2시간의 려정이다. 백두산정을 눈앞에 두고 구름 한점 없는 동녘하늘이 휘뿌듬히 밝아온다.

드디여 백두산정에 도착한 대표단일행들. 여기저기서 환호소리가 울려퍼진다.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는 성원이 있는가 하면 천지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리고 돌처럼 굳어진 남측의 로시인도 있었다. 남측대표단의 최고령인 함경남도 함주출신의 리기형시인(88살)이였다. 이번 행사의 절정을 이룬다고도 할수 있는 백두산정에서의 《통일문학의 새벽》행사는 한없이 펼쳐진 구름바다, 빨갛게 떠오르는 태양의 축복을 받으며 뜻깊게 진행되였다.

북과 남의 이름있는 시인들과 작가들이, 해외에서 달려온 작가들이 북받쳐오르는 흥분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절규하다싶이 시를 읊고 소감을 토로하였다.

력사적인 북남수뇌상봉의 자리에서도 시를 읊은 고은시인이, 소설 《황진이》를 써서 남측에도 널리 알려진 홍석중작가가,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하여 금기시되여온 4.3의 복원에 힘쓰고있는 남측 현기영작가가, 열다섯살 어린나이에 의용군을 따라 북에 들어온 오영재시인이 마이크앞에 서서 만감을 토로한다.

민족의 넋이 깃들고 민족의 시원이 열린 민족의 성산, 조종의 산 백두산. 백두산줄기는 뿌리내려 태백산, 지리산, 한나산에로 이어지고 하나의 지맥으로 잇닿은 하나의 강토에 사는 하나의 민족은 분단 60년의 력사를 극복하고 완전한 하나가 되는 시초를 열어놓았다.

장엄하고 신비로운 백두의 절경에 심취한 대표일행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며 일로 평양을 향하였다.

《우리 민족끼리》의 리념아래 퍼진 파문

예견치 못한 안개의 발생으로 8시발 평양행 비행기는 11시가 되여서야 삼지연을 떴다. 그 길로 묘향산을 향하는 일정이였으나 제2진도 돌아오지 못한 조건에서 시간만 무료하게 지나갔다. 일정의 검토작업이 시작되였다. 백명을 넘는 사람들이 이동한다는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저녁 6시에는 숙소를 출발하여 대표들은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실시하였다. 9시에야 향산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11시부터는 대표들을 환영하는 국립민족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였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백두산정에 오르고 500여키로를 비행기로 날았고 또 150키로를 륙로로 이동한 대표들은 력사적인 순간에 몸을 담고있다는 일념으로 잠과 피곤도 이겨낸것 같았다.

다음날에는 국제친선전람관을 참관하고 오후에는 보현사를 돌아보는 길로 평양을 향하였다.

24일 밤에는 이번 행사의 마지막으로 되는 남측대표단의 답례연이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되였다.

한국문인협회 신세현리사장, 조선작가동맹 현승남부위원장, 재중조선인총련합회 한길수국장이 인사를 하였다. 또한 고은단장은 작고하신 최영화선생이 89년 북남작가대회의 대표였고 살아계시면 응당 여기 있어야 할 분이라고 상기시키고 이번 대회의 성사를 위하여 로고를 바친 북과 남의 관계자들에게 깊은 사의를 표시하였다.

5박 6일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지만 북과 남, 해외의 작가들은 분단력사를 끝장내고 6.15통일시대를 열어나가는 열정에 넘쳐 교류를 깊이고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앞으로 하나의 모국어권작가로 서로 손을 잡고 통일을 지향한 민족문학을 건설해나갈 뜻깊은 첫 걸음을 새기였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렴무웅리사장은 5박 6일의 행사를 더듬으며 이것이 모두 큰 하나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서로 오가며 교류를 활성화할 기대를 표명하였다.

마음속에 빗장은 내리지 못한다. 한국민예총 황석영리사장은 이제는 제 집 드나들듯이 북의 작가들을 만나 회포를 나누었다. 형, 동생이라고 서로 부르며 홍석중작가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그는 벽초(홍명희선생)가 없었으면 《장길산》이 없었다고 감회깊이 술회하고 영국에서 머무르는 사이에 홍석중작가의 《황진이》를 읽고 《맛갈스러운 서울말》에 감탄했다고 했다. 그러자 홍석중작가가 《서울이고 평양이 있나. 순수한 조선말이지.》 하며 탓하는 모습은 진정 친형제와도 같은 따뜻함에 넘치였다.

《통일문학의 새벽》모임에서 랑송된 시

(강태성기자 taeson3@korea-np.co.jp)

2005/07/28


[출처 : 조선신보 2005-07-28]

민족통신 200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