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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사진 중에 그분 묘비가 있는가?”
북쪽에 남북작가대회 취재차 다녀온 뒤 ‘재북인사릉’ 기사를 썼더니 선배가 전화를 했다. 한국전쟁 중 납북됐거나 자진 월북한 남쪽 유명인사들 62명을 평양 용성구역에 한데 모아 조성한 묘지에 관한 기사였다. 불행하게도 내가 찍은 사진에는 그분의 묘비가 없었다.
그분은 2대 국회의원이었고, 한국전쟁 때 납북됐다고 했다. 동행했던 기자 동료 9명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금방 화답이 왔다. 정인보 묘비 뒤편에 흐리게 찍힌 그분이 있더라고. 아직까지 남쪽에서는 그분이 돌아가신 사실도 확인할 수 없을 뿐더러 사망 일시도 몰라 제사도 지낼 수 없었다. 그동안 수없이 진행돼온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았고 구구절절 슬픈 사연을 접해왔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새삼스럽게 전율이 일었다.
고려항공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려항공 여객기가 바퀴를 내리고 활주로에 내려서는 그 순간, 기내에서 약속이나 한 듯 박수가 터져나왔다. 5박6일 동안 남북작가대회 일정을 소화했던 남측의 ‘진보적’ 문인들이 낸 소리였다. 평양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생가가 있는 만경대와 주체탑 등을 둘러보았고, 백두산에서는 김주석의 항일무장투쟁 요새인 정일봉 아래 밀영에 갔다. 어디를 가나 ‘위대하신 수령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묘향산에 가서도 각국 사절들이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에게 바친 선물을 전시한 국제친선관람관도 둘러보았다. 남쪽의 한 문인은 점심 식탁에서 머리를 흔들며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고 진저리를 쳤다.
백두산 정일봉 아래에서 남측의 한 문인이 서울 인사동에서 무심코 나누던 농담의 관행으로 옆에 서 있던 소설가 김원일에게 “정일보다 원일이라는 이름이 더 낫다”고 농담을 했다가 대회를 보장하는 ‘보장 성원’의 보고 목록에 올라가 남측 작가들끼리 모여 교육을 받았다. 다른 여성작가는 김일성 초상화가 새겨진 배지를 손가락질하다가 지적을 받았다. 우리가 알 만한 대표적인 소설가 선생 한 분은 백두산 천지에서 “조선사람들 해돋이 ×나게 좋아하네”라고 천지 일출의 감격을 자학적으로 표현했다가 ‘떠오르는 태양’을 모독했다는 명분으로 보고 리스트에 올랐다.
남북작가대회 마지막 날 밤, 고려호텔 로비의 맥주집. 그동안의 일화를 각자 발설하면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물론 북쪽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과 분단을 소재로 한 뽕짝이 번갈아 불려지던 술자리의 가벼운 언쟁이었다. 누군가 격렬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모르고 왔느냐, 치졸한 싸움 벌이려고 왔느냐, 저들의 내면에 꽂힐 발언은 준비조차 하지 않았느냐!”
조용호 문화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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