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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알게 된 문인 한 분이 메일을 보내셨기에 열어 보았더니, 예쁜 연꽃 사진과 함께 '연꽃이 주는 교훈'이란 글이 들어 있습니다. 연꽃이야 본래 아름다운 꽃이지만 꽃잎 끝에 막 붉은 물이 들기 시작하는데 흰 빛을 다 못 적시고 분홍 물이 약간 흘러내리려다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흰 연꽃 한 송이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려 옵니다. 저렇게 곱고 맑고 청정하고 고요한 제 빛깔을 지니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보내주신 글에는 이런 연꽃이 주는 가르침을 열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염오(離諸染汚)'라 합니다. 우리가 늘 경외해 마지않는 삶의 자세입니다. 우리는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삽니다. 진흙탕을 벗어나고자 애를 쓰지만 내일도 우리는 진흙밭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세상은 본래 깨끗한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도 진흙 한 방울 묻지 않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누군들 그런 연꽃처럼 살고 싶지 않겠습니까? 불교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축약해서 말한다면 '연꽃처럼 살아라.' 이 말일지도 모릅니다. 부처님이 가섭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들어 보이신 꽃도 연꽃입니다.
연잎은 그 위에 물방울 하나도 머물러 있지 못하게 합니다. 연잎에 내린 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다 흘려보냅니다. 악에 물들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사는 사람이라 하여 '불여악구(不與惡俱)'의 특성을 닮았다고 말합니다.
연꽃은 또한 향기가 그윽합니다. 그 향기로 진흙의 썩는 냄새를 지웁니다. '계향충만(戒香充滿)'합니다. 인격이 향기로워 연꽃 같은 모습으로 주위를 향기롭게 하는 사람의 인품도 이와 같습니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뿌리를 내려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지니고 있습니다. '본체청정(本體淸淨)' 합니다. 연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입가에 웃음이 번져 나갑니다. '면상희이(面相喜怡)'하게 됩니다. 사람도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옆에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함께 있는 것이 기쁘고 충만해지는 사람은 연꽃 같은 사람입니다.
연꽃은 유연합니다. 연꽃은 껄끄럽지 않습니다. 잘 휘어지는 것 같으나 부러지지 않습니다. '유연불삽(柔軟不澁)' 합니다. 부드럽고 연한 사람은 약해 보이지만, 자신감이 있어야 유연할 수 있습니다. 심약하면 강퍅해지고, 가득 차 있으면 여유 있게 마련입니다. '견자개길(見者皆吉)' 연꽃을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기는 사람, 좋은 일을 만드는 사람, 희망에 대해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도 연꽃 같은 사람입니다.
연꽃은 피어서 단단한 열매를 맺습니다. '개부구족(開敷具足)' 합니다. 꽃 피운 만큼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름다운 꽃에 열리는 내실 있는 열매를 거두는 사람도 연꽃 같이 사는 사람입니다. 활짝 핀 연꽃은 '성숙청정(成熟淸淨)' 합니다. 연꽃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있으면 성숙한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맑고 깨끗합니다.
연꽃은 생길 때부터 이미 그 모양이나 형상이 다릅니다. '생이유상(生已有想)' 합니다. 꽃이 피기 전에도 이미 연꽃입니다. 피어 봐야 알 수 있는 꽃이 아닙니다. 사람도 꽃이 피기 전부터 이런 인격으로 살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게 이런 글을 보내준 분께 연꽃이 주는 교훈을 이렇게 잘 정리해 알려주신 분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분도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다만 심현(深玄) 이상태라는 분이 옮겼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고마운 분입니다. 그분도 아마 연꽃처럼 살기를 소망하시는 분, 연꽃처럼 살고 계시는 분일 겁니다.
<200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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