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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작가대회 개최 합의(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분단 60년 만에 남북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남북작가대회)를 추진해온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이하 작가회의)는 27일 "북측의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가 오는 7월 20-25일 평양 등에서 남북작가대회를 개최하는 데 동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8월 24-29일 평양, 묘향산, 백두산 등에서 열기로 했다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기한 연기된 지 11개월 만에 재개를 합의한 역사적 대회다. 남과 북의 문인들이 공식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학평론가 김재용 원광대 교수에 따르면, 남북 문인들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1945년 12월 13일. 당시 북측의 한설야, 이기영 등이 서울에 내려와 남북을 포함한 전국문학자대회의 개최를 결정했다가 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1946년 2월 남쪽만의 대회가 열리고 남북 문단이 따로 조직을 만들면서 서로 갈라선 뒤 지금에 이르렀다.
남북 문학인들의 헤어짐은 이후 한국문학사의 파행으로 이어졌다. 전쟁과 이념 갈등, 납·월북 등 문인들의 상처가 깊어진 가운데 시인 박봉우는 1956년 시 '휴전 선'을 통해 분단의 역사를 슬퍼하고 통일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이후 문인들의 통일에 대한 열정은 신동엽, 고은, 김지하 등의 시와 남정현, 이호철 등의 필화사건 등으로 이어져 왔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홍명희, 이기영, 박태원, 이용악 등 월북 문인들의 작품 들이 해금되면서 끊어졌던 남북 문학이 연결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민족문학작가회 의는 1988년 7월 2일 북측의 조선작가동맹에 남북작가회담의 개최를 전격 제안하기 에 이르렀다.
이듬해 3월 27일 고은, 백낙청, 신경림, 현기영, 김진경으로 구성된 남측 대표 단 5인은 북측 작가들을 만나러 판문점으로 향했다가 전원 당국에 연행된 바 있다. 당시 남측 대표단을 기다리던 북측의 대표단 오영재 시인이 연행소식을 듣고 쓴 시 '자리가 비어 있구나'는 지금도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에 걸려 있다.
이후 시인 문익환 목사와 소설가 황석영의 방북 등으로 이어져온 남북 문학의 비정상적 교류가 2000년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새로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남북 문인들은 그간 산발적 만남으로 안부를 물어오다 이번에 공식 작가대회를 열기로 합의해 반세기에 걸쳐 절름발이 상태로 남아 있던 분단문학사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남북 양측이 지난해 평양에서 남북작가대회를 열기로 합의하자 남측문인들은 '문학의 통일'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갑자기 나빠져 대회 개최를 닷새 앞두고 무기한 연기되자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정치적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대회가 언제 재개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남북 양측의 실무자들이 행사 재개를 위해 몇 차례 접촉했으나 일정을 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 갔다. 그러자 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남측 참여작가들에게 e-메일로 사과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북측의 리호근 시인은 주간지 '통일신보'에 "민족통일의 전위가 될 민족작가대회/평양과 백두산에서 기어이 열려니"라며 남북작가대회가 무산된 것을 아쉬워하는 시 '우리의 대표증'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설가 정도상 씨 등 남측 협상실무자들은 북측의 문인들도 지난해 행사가 무산된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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