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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앗아간 ‘문인들의 사랑방’
지난달 강원도 양양 산불로 소설가 이경자(李璟子)씨도 양양의 집필실을 잃었다. 고향이 양양이고, 그곳서 고등학교를 마친 이씨는 1994년 구입한 이 집에서 연중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글을 썼다. 그 집과 지역을 무대로 장편 ‘정은 늙지도 않아’와 단편 ‘청춘’을 펴냈다. 소설가 박완서씨가 산문집에 그 집 이야기를 썼고, 송기원·공지영씨 등 문인들 사이에서는 ‘문단 사랑방’으로 통하는 문학명소가 됐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에서 열린 ‘힘내라 문학!’ 축제에서 만난 이경자씨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이번 산불 피해 보상에서 자신은 완전히 제외됐다는 것이다. 재산세와 공과금을 양양군에 이씨 이름으로 꼬박꼬박 다 냈지만, 주민등록은 서울 전셋집에 해놓았기에 정작 이곳 ‘주민’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소식에 문화계에서는 “어떻게 요즘 세상에서도 그런 ‘탁상공론’이 가능한가”고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박완서씨는 “양양의 명소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렇게 홀대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도 “작가의 작업실은 근로자의 공장과 같다”며 “누가 공장에 주민등록을 옮겨놓는가”고 당국의 판정 근거를 비난했다.
이경자씨는 6·25 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이었다가 휴전 후 남한 땅이 되면서 그곳 사람들 삶에 일어난 엄청난 이야기들을 대하장편소설로 쓰기 위해 지난 십수년간 모아둔 자료가 이번 산불로 모두 불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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