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남북작가대회 실무회의 대표단 일문일답>

[연합뉴스 2004-08-26 18:03]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분단 후 첫 남북작가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민족 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는 26일 오후 마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르면 9월중 대회가 다시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측의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북측의 조선작가동맹은 지난 6월 10일 실무회의에서 8월 24-29일 평양과 백두산 등에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작가대회)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측은 대회 개최를 앞두고 공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채 또다시 실무 회담 개최를 요구해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남측의 김형수(작가회의 사무총장) 강태형(시인) 정도상(소설가), 북 측의 장혜명(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호근(작가동맹 중앙위원) 황원철 (소설가)이 지난 23-25일 금강산에서 실무회담을 가졌다.

다음은 금강산 실무회담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과 일문일답.

--당초 합의한 개최일정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지난 7월 8일 김일성 주석 10주기 추모대표단의 방북 불허 이후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이후 400여 명에 이르는 북측 이탈주민의 입국, 8.15민족공동행사의 무산, 을지포커스04훈련 등 일련의 상황이 대회개최의 걸림돌이 됐다.

--대회가 다시 개최될 가능성은 있나.

▲개최되리라 본다. 그러려면 경색국면을 타개할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북측은 남측 당국이 6.15공동선언을 실천할 의지를 표명할 경우 내일이라도 당장 대회를 개 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들은 작가대회가 경직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트 는 첫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회가 남북교류를 재개하는 신 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당국이 어떤 식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하나.

▲구체 사안에 대한 것보다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폭넓게 표명하 면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교전 후 북측이 유감을 표명해 장관급 회담이 재개된 전 례가 있다.

6.15공동선언 실천의지는 양측이 모두 갖고 있어 내용상 문제가 없다고 본다. 남북 당국의 자존심 등으로 형식상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문제를 푸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정부 당국이 남북관계의 경색을 푸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 길 기대한다.

--'을지포커스04훈련'이 대회 중단의 주된 이유인가.

▲앞서 말했듯이 추모대표단 방북 불허 이후 여러 상황이 을지훈련까지 이어졌 다. 이 훈련이 작가대회 연기의 이유가 되느냐고 우리가 따졌을 때 북측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무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면 붓 대신 총을 들어야 할지 모 른다고 말할 정도로 남측의 군사훈련에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당국 사이의 관계와 민간 사이의 관계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 다. 그러나 북측은 미국과의 군사훈련을 매우 절박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양 측의 인식 차이가 컸다.

--북측은 대회개최 의지가 정말 있나.

▲그동안 성의있게 준비해 왔음을 확인했다. 특히 대회 개최지 중 하나인 백두 산을 남측작가들에게 잘 보여주기 위해 북측 주민들의 백두산 관광을 2개월 정도 중 단시켜 놓고 정비할 정도였다. 양측이 대회에서 교환하기로 한 남북 작가들의 기념 도서의 쪽 수를 정확하게 밝힐 정도로 준비해 놓은 것을 확인했다.

--대회 개최일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얼마나 접근했나.

▲북측은 올해 안에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는 9월 안에 개최하자고 요구했다. 이르면 이달 안에 대회 개최와 관련한 소식이 북측에서 올 것으로 기대하 고 있다. 그럴 경우 실무회담을 추가로 가질 필요없이 바로 본대회에 들어갈 수 있 다. 우리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다.

--대회 연기로 대회를 진행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았나.

▲당초 참가하기로 했던 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참가 여부를 재점검하고 있 다. 아직까지 큰 변동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