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상에 특별감사를 요구한 행정자치부에 대해 작가들이 부당한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4·3평화상은 대하소설 <화산도>로 4·3의 비극을 국제사회에 알린 재일조선인 소설가 김석범씨(90)를 지난 2월 제1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김씨의 수상소감을 보수 단체가 문제 삼아 수상 취소를 주장했고 이어 행자부가 제주4·3평화재단에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이에 20일 한국작가회의는 성명을 내고 “제주4·3평화상의 가치를 훼손하는 정부의 개입에서,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고 역사적 진실을 은폐했던 독재정권의 망령을 본다”며 “정부가 모멸감을 안겨준 김석범 제1회 4·3평화상 수상자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밝혔다.
제1회 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김석범씨(90)
수상한 김씨는 20년간 집필한 대하소설 <화산도>에서 제주4·3의 전모를 담아냈다. 앞서 1957년에는 제주4·3을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2월 수상소감에서 “해방 전에는 민족을 팔아먹은 친일파, 해방 후에는 반공세력으로, 친미세력으로 변신한 그 민족 반역자들이 틀어잡은 정권이 젖먹이 갓난아기까지 빨갱이로 몰아붙였다. 도민의 저항은 내외 침공자에 대한 방어항쟁이며 조선시대의 제주민란과 일제 통치하의 민족독립해방투쟁의 정신에 이어지는 조국통일을 위한 애국투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어둠의 시대에 4·3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생의 문학정신에 한국사회는 더 일찍 경의를 표해야 했다”며 “그런데 보수단체에서 수상소감을 이유로 상을 취소하라고 공격하는 일은 평생 제주4·3의 진실을 밝히는 데 헌신해 온 김석범 선생에 대한 모욕이며, 오직 역사적 진실을 신뢰하며 문학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새겨온 문학인들 전체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작가회의는 “제주 4.3평화재단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에 따라 화해와 상생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적법한 기관으로 4.3 평화상 제정이나 시행과정에서 감사를 받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법적인 근거도 희박하고 감사의 필요성도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특별감사는 명백히 정부의 부당한 탄압이며 이는 제주 4.3의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고 평화상의 취지와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행자부는 지난 13일 제주4·3평화상의 제정 취지와 근거, 선정 절차, 심사 절차,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를 도감사위원회에 요구했다.
작가회의는 “정부기관의 무분별한 권력행사는 제주 4.3 이후 길고 긴 세월 계속된 진상규명의 노력과, 이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그러므로 더욱 소중하게 되새겨야 할 평화의 가치를 한순간에 짓밟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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