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소망 담긴 기억의 벽 보니 '먹먹' |
| 입력시간 : 2015. 04.16. 00:00 |
추모 글 4천700개 타일로 팽목항 방파제에 조성
분향소엔 304명 사진… 실종자 9명 노란 글귀만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 승객 476명 중 172명은 목숨을 구했지만 295명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15일 오전 진도 팽목항. 맹골수도 바다를 향해 노란색 리본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 옆에 노란색 천으로 만들어진 세월호 모형은 리본들과 함께 어울리며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팽목항은 여전히 그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진도 남쪽 팽목마을 곳곳에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거리마다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등 온통 추모 열기로 가득했다.
문학인들과 한국 작가회의, 세월호 피해자 가족대책협의회가 함께 제작한 '기억의 벽'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기억의 벽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팽목항에 조성하는 설치물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세지가 담긴 가로세로 15㎝의 4천700여 개 타일이 팽목항 방파제 벽면에 붙여져 있다.
방파제 옆 공터에는 임시 숙소가 조성돼 있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집과 분향소, 안내소, 세탁실과 빨래건조대, 식당 등은 이제 거의 실종자 가족들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숙소는 지난해 11월 진도체육관에 있던 유가족들이 자리를 옮기며 만들어졌다. 진도군과 전남도가 컨테이너 등 시설물을 제공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후원이 이어졌다.
올해 1월에는 광주에서 컨테이너로 특수제작한 분향소를 지원해 운영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에는 세월호 인양을 위한 서명이 진행 중이다. 추모를 위해 분향소에 들어서자 빼곡히 자리잡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실종자 9명의 액자는 사진없이 유족들의 글귀가 적힌 노란색 종이가 붙여져 있다. 검은색 단상에는 국화꽃과 함께 과일과 사발면, 쿠키 등이 놓여져 있었다.
때마침 일반시민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며 분향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곧이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이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분향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하루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세월호 추모 1주기를 앞두고 최근에는 이틀사이 800여 명의 추모객이 찾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세월호 참사 때 숨진 양승진교사의 부인 유덕형 여사는 "우리가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해 줘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며 "교과서에도 실려 길이길이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명선 416유가족 대표는 "세월호에 대한 완전한 진상규명과 인양이 있을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진도=박건우·서충섭기자
진도=박건우·서충섭기자 zmd@chol.com
기사 원문 링크 : http://www.honam.co.kr/read.php3?aid=142911000046489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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