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보급하는 ‘우수도서’(세종도서) 사업의 ‘우수문학도서 선정기준' 가운데 하나로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 항목이 포함돼 논란을 빚고 있다. 문학계와 출판계 일각에서는 다소 사회비판적인 문학작품까지 좌파로 몰아 문단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22일 "현재 문학계는 좌(左)도 우(右)도 없는 상태"라면서 "좋은 문학과 그렇지 않은 문학으로 문학에 대한 개념이 정리된 상태인데 정부가 나서서 문학의 이념적 편가르기를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우영 사무총장은 "한국출판인회의도 이런 문구의 불합리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각 출판사들의 입장을 청취하고 있다"면서 "작가회의도 문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공동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문학사의 김남일 대표는 "정부가 우려하는 국시를 흔들 정도의 이념적인 문학은 이제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고 있다 해도 그에 상응한 법적 처벌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의 이런 조항이 재미교포 신은미씨(54)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2013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했다가 최근 취소하고 회수에 들어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문학을 규제하고 나서서 이끌려고 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김남일 대표는 "문학계 불황으로 우수선정도서로 지정되는 것이 작가나 출판사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됐는데 정부가 이런 기준을 정한 것은 돈으로 문학을 길들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수도서로 지정되면 정가의 90%가격으로 해당 서적 1000부를 문체부가 사들여 도서관 등에 공급하기 때문에 출판사에 도서당 약 1000만원의 매출효과가 발생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 역시 "새로운 것, 다양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문학의 특성인데 정부가 이를 제한하려 드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최근 업무보고서 ‘2015년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추진방향’을 통해 올해 우수문학도서의 선정 기준으로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 우수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작품, 인문학 등 지식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 등을 제시했다.
이와관련, 문체부의 김일환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출판과 그 유통 자체는 시장 자율에 맡기되 정부 예산이 쓰이는 사업이므로 보편성과 공익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같은 기준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환 과장은 이어 조항이 올해 3월부터 꾸려지는 선정위원 대상의 오리엔테이션 내용의 일부이며 이전에도 관행적으로 이런 기준이 책관련 선정 사업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책 선정에 참고하라는 지침일 뿐 실제론 각 분야 전문가가 책을 선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종도서사업을 공동주관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역시 "이 조항이 내부 검토중인 사항이며 실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1968년부터 출판 및 국민독서 진흥을 위해 우수도서 선정·보급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술, 교양, 문학 등의 세 분야에서 200여 명의 심사위원이 약 1350종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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