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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하기 ' 남북작가대회' 가다] <하> 묘향일색(妙香一色)
'南男' 사로잡은 '단고기'와 '北女'
옥류관 냉면보다 맛있다는 '北 개고기' 혼자 배탈
10층석탑 인상적인 묘향산 보현사서 함께 예불도
통제 심했지만 '심장에 남는 사람' 노래에 '훌훌'
북한에서 5박6일간의 마지막 일정은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과 보현사 관광이었다. 평양에서 출발하여 묘향산까지 두 시간 길을 달리는데 마주치는 차는 고작 버스 두 대와 트럭 한 대뿐이었다. 청천강을 끼고 있는 너른 안주박천 평야의 벼들은 비료가 모자라 군데군데 누렇게 떠 있었고 땅거미가 지자 연도의 촌락들이 일제히 어둠에 잠겨 불빛 하나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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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향산 보현사의 인상적인 방문에서 불자들은 북한 스님의 염불에 따라 예불을 올렸다. 앞줄 왼쪽부터 홍기삼 동국대 총장,염무웅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스님을 건너서 문학평론가 백낙청,시인 고은.
| 그러나 묘향산호텔에서는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안마와 마사지 광고가 눈에 띄었으며 아리따운 접대원들은 묘향산의 기운을 받은 탓인지 묘하게 색향을 풍기는 느낌이었다. 간이공연에서는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다 객석으로 뛰쳐나와 우리들의 손을 잡고 한바탕 춤사위를 벌여 넋을 빼놓았다.
노동의 햇볕에 얼굴이 그을리고 무뚝뚝한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상냥한 말씨에 고운 화장을 한 얼굴이 아름다워 '작업'을 걸려는 남측의 작가도 있었다. 몇 년 전 한 작가가 어느 호텔 접대원에게 접근해 작업에 성공했다는 과장된 풍문이 전설처럼 떠돌았다.
세계 각국에서 김 부자에게 보낸 선물을 모아놓은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은 나에게 가장 힘든 코스였다. 남조선 선물관에는 박정희를 비롯한 역대 남한의 대통령들과 기업가들이 보낸 금거북과 금송아지,호화 가구 등 고가의 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김영삼 대통령만 북으로 보낸 선물이 없었다. 마지막에 꼭 산사람처럼 만든 김일성 밀랍상 앞에서 우릴 세워놓고 안내원이 절을 할 때 우린 어색한 침묵 속에서 뻣뻣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묘향산 보현사의 방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현사 10층 석탑도 잘 보존되어 있었고 소문과는 달리 머리를 깎은 스님이 목탁을 두들기며 진지하게 염불을 하고 있었다. 동국대 홍기삼 총장을 비롯한 여러 불자들이 대웅전과 관음전 영산전에서 함께 예불을 드렸고 경내 노점에서는 1유로(1천250원)짜리 오미자차가 불티나게 팔렸다.
북한의 화폐를 말하면 외환은 달러 대신 유로로 사용하며 남한 돈과 북한 돈의 가치가 5 대 1 정도이다. 평양 노동자들의 월급은 2천~3천원인데 우리 돈 1만원에서 1만5천원 정도가 된다. 그러나 모든 시내 교통요금이 일률적으로 2원인데 비해 쌀 20㎏을 사려면 6천원을 지불해야 하므로 우리의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평양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단고기 요리였다. 개고기 등심스테이크,개엿(개고기로 만든 엿) 등 진기한 단고기 요리가 풀코스로 나왔다. 모두들 옥류관 닭육수 냉면보다 맛있다고 난리들이었지만 난 그것을 먹고 설사를 해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 입력시간: 2005. 07.28.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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