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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칠 때가 있습니다. 삶은 늘 각이 져 있고 우리들은 모질지 못해서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 가서 혼자 울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내 아픈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를 찾아가 하소연 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누구도 핍박해 보지 않고 선하게 살려 했는데, 누구에게도 해코지 하지 않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남은 건 빈 호주머니뿐인 날. 그리하여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고 울고 싶은 날. 그런 날이 있습니다. 김사인 시인은 그런 심정을
"누구도 /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 빈 / 호주머니여 // 언제나 우리는 / 고향에 돌아가 / 그간의 일들을 /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 '코스모스')
이렇게 노래한 바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 했는데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사정을 아버님은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어릴 때처럼 내 편이 되어 주시고 등을 두드려주실 것만 같은 생각을 해 보는 것이지요. 코스모스 피어 있는 가을. 곧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뵈올 때가 되어 가는데, 주머니는 텅 비어 있는 날. 코스모스 때문에 공연히 눈물 나는 날 있는 법이지요. 그런 날 어머니 곁으로 가서 어머니가 끓여주는 국수 한 그릇 먹고 있으면, 다친 마음이 스르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장거리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중에서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서 떠들썩할 때도 많고 잘 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어느 곳에선가 /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법이지요.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너도 울고 있구나', '너도 상처 받았구나', '너도 사는 게 허전하지?'
이렇게 말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런 저녁 우리의 마음은 가난해져, 허름한 식당 같은 데가 더 편해지고,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라도 먹으면 위로가 될 것 같은 것이지요.
<200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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