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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시대는 아름다운 개인주의의 시대다. 그래서 이런 경우 퍽 고민이 된다. 혼잡한 버스나 지하철의 좌석에 앉았을 때 내 앞에 혹은 옆에 무거운 짐을 들고 어떤 이가 서 있다면, 저 짐을 받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친절이 과하면 무례가 될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누구든 선뜻 짐을 받아주었고 짐을 맡기는 사람도 고마워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선선히 짐을 맡기거나 받아주는 이가 사라졌다. 풍속은 변하게 마련이고 바뀐 풍속을 거스르면 마음이 불편하다. 며칠 전 붐비는 버스에서 옆에 선 누군가의 짐을 받아주는 친절을 베풀었다가 절감했다. 그이는 마치 짐을 강탈당한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했고, 나 또한 무례를 범한 듯해 열없었다.
바뀐 풍속은 그것만이 아니다. 이제 누구도 노약자석에 함부로 앉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차라리 서서 갈지언정 장애우나 노약자에게 허용된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다. 그들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 존중이 야박하다 싶을 정도다. 그러니까 그들은 노약자석이 아닌 좌석에 대해서만큼은 자신들에게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지하철을 타보면 안다. 노약자는 어떤 객차에 승차하든, 노약자석이 있는 양쪽 끝으로 가야 한다. 노약자석이 비어있는데도 다른 좌석을 넘본다면 죄가 된다. 그리하여 때로는 노약자석이 그들을 존중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들을 격리하는 공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허용된 공간만큼을 점유할 것. 그 이상을 바라지 말 것. 이런 암묵적인 계약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그리하여 우리가 지지하는 개인주의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집단 속에서 물처럼 섞여드는 형태가 아니라, 개개인이 고립되어 저마다 격리되는 양상을 띤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모든 좌석은 잠정적으로 노약자 지정석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계약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개인주의를 지지하는 것과, 그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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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