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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뭉크
고영서
심장을 벗기면
붉은 노을
사선의 다리는 균형을 잃고
난간이 비대칭으로 기울어버렸다
極에 달했다
귀싸대기를 후려치고 가는
정체불명의 바람
총구를 떠난 탄환의 거리에서
찔리고 짓밟혀
뿔뿔이 흩어진,
“시민 여러분, 나와 주십시오”
귀가 들리지 않아
천리를 보는 마흔 살의 소녀가
병동을 돌며 목이 터져라
선무방송을 하고 있다
머리에 꽃을 꽂지 않았다
황실이
고영서
농번기에 맞춰 손 넣으러 왔댔지
샛밥을 안치는 손에
못줄 잡아당기던 팔뚝에
멍 자국이
햇볕을 먹은 감자 같앴지
퍼런 독기가 목구멍에 딱 걸려서
“만삭인 아낼 패대기치는 잡녀러새끼가 어디 있남”
할배는 대낮에 불콰해
담뱃불로 홧홧 달아올라
“이 황가 새끼 무얼 믿고, 이 황가 새끼”
그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하지감자에 죽순 넣고 바짝 쫄인 황실이 찌개
높으신 황실에서는 감히 볼 수도 없는 맛이라
논물에 발목 젖은 사람들끼리 둥그렇게 모여앉아
들밥 먹었지
이앙기 한 대가 휙, 지나가고
논물에 새겨진 말줄임표들
귀녀고모의 그림자를 따라 간다,
알 톡톡 배긴 황실이 찌개가 끓고 있을
읍내 식당 한 귀퉁이에 앉아서
약력: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기린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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