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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디스크
조용숙
목줄기가 뻣뻣해진다
분명 누군가
내 뒤통수에 총을 겨눈 것이다
앞만 보고 곧장 걸어가란다
함부로굽실거리거나
하늘을 쳐다볼 생각도 말란다
눈꺼풀이 심하게 요동친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갑자기 나타나
내 신경 줄을 쥐락펴락하는 그는
누구의 하수인일까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뒤를 돌아다보려는 순간
목줄기를 강타한통증이
왼쪽 팔꿈치를 단숨에 제압한다
왼손 중지와 검지에 전율이 인다
내 생의 경로를 검색하던
삐뚜름한 그림자 하나
언젠가부터 나를 미행하고 있다
그때 동굴을 나간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조용숙
커다란 돌 속에 누가 호랑이를 가뒀을까
보름달 아래 포효하던 자세 그대로 수천 년을 건너뛴 호랑이 한 마리 순식간에 내 품으로 뛰어든다 가슴 언저리부터 시작된 뻐근한 통증 먼 태고의 동굴에서부터 들려오는 정과 망치질 소리 마늘과 쑥의 계보를 이어온 내 몸에 균열을 만든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가 어둠속에 꼭꼭 숨겨놓은 호랑이 한 마리 깊숙이 숨긴 손톱을 꺼내고 금기 속에 감춰놓은 발톱을 드러낸다 막 처녀림을 빠져나온 제 꼬리를 흔들어 태고의 바람을 불러 모은다 폭풍을 몰아오던 야성이 깨어난다 엉덩이를 치켜 올린 황금빛 꼬리가 단단한 성벽을 휘젓는다 원시의 협곡을 건너온 거친 바람소리에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정과 망치에 깨어난 꼬리 몸통을 흔들 기회를 염탐중이다
약력: 2006년 『詩로여는세상』 가을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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