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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북한에 식량 보내기 운동에 참여하며
지금 북한의 식량난은 극도로 악화되어 이대로는 더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70년대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비아프라, 더가까이 에티오피아, 르완다 등 아프리카 나라들의 그참상이 우리 국토 안에서 벌어질지 모르는 절박한 국면임을 여러 보도와 보고들이 말해주고 있다. 남쪽의 우리들은 동포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거의 방관하다싶이 새온 셈이며, 그들을 가장 먼저 도와야 할 우리의 이런 태도는 다린 나라 사라들의 손길마저 뒤로 돌리게 하는 데 일조하였다. 북한 동포의 기근을 해결할 만한 경제력이 있는 우리로서는, 인간으로서 우선 부끄러운 노릇이고 동포로서는 더욱 참괴할 일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작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식량을 보낼 최상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여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식량을 실제로 보내지는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 이유야 무엇이든 작가적 양심에 비추어 크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종교계와 여러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북한에 식량 보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데에 뜨거운 공감을 느낀다. 그리하여 우리 작가회의는 조직 단위로 이 운동에 적극 가담할 것을 결정하고 이 운동의 발기인들과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 본부측에 그 뜻을 전달하였다. 우리는 회원 각자의 동참을 촉구함은 물론, 모든 국민에게 참가를 호소하는 작업에 작가들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자 한다. 아울러 아직 이 운동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민간단체들의 참여를 촉구한다. 방법이나 창구를 굳이 가리기보다 되도록 많은 식량을 하루 빨리 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며, 동시에 이런 민족적 대사업에 민간단체들이 하나로 뭉치는 일도 특별한 의의를 지닌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정부가 뒤늦게나마 민간단체의 식량 보내기를 허용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은 동포들이 굶고 있는 상황에서 지탄받아야 할 면이 많았다. 이것이 저쪽 지배세력의 책임을 외면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어린이를 포함한 죄없는 동포가 굶어죽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정치논리 이전의 인간적 도리이뿐더러, 북한 지배층의 책임을 따질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다. 더구나 저쪽의 책임 문제에 관한한 그것을 추궁할 일차적인 주체가 지금 굶주림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북한의 민중이요, 특히 남한의 어린이들과 더불어 민족의 내일을 짊어질 북한의 어린이들이 아닌가!
북한에 식량 보내기 운동에 범국민적인 참여가 있기를 거듭 호소하는 바이다.
1997년 4월 7일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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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