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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작가회의 창립선언문
빛나는 6월항쟁의 승리로 이 땅에 통일된 민주사회를 이룩하고 떳떳한 민족문화를 꽃피우려는 우리들의 가슴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우리 앞에 탄탄대로가 열린 것은 결코 아니며, 목전의 어둠조차 아직 제대로 걷히지 않았다. 분단과 압제의 날들이 즐거웠던 무리가 여전히 사회의 요소요소를 차지하고 있고, 남의 나라 살림을 함부로 주무르려는 국외세력의 책동 또한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승리의 열매를 헤아릴 때가 아니라, 그간의 고귀한 희생 앞에 옷깃을 여미며 의로운 피와 땀으로 쟁취한 활동의 공간에 아낌없이 자신을 던지고 나설 때이다.
1974년 11월 /'/문학인 101인 선언/'/으로 출범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70년대의 유신독재와 80년대의 개편된 군부독재체제에 맞서 범국민적 민주와 항쟁의 일익을 맡아왔다. 동시에 우리의 이러한 자유실천운동이 곧 다수 민중의 생활상의 욕구와 분단민족의 통일염원에 충실한 민족문학운동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화시켜왔다. 그리고 문학에 대한 기존의 여러 반민주적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우리 작업이야말로 정말 문학다운 문학을 창조하는 바른 길이며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귀중한 작업이라는 긍지를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들 개개인이 각자의 최선을 못 다하고 전체의 노력이 시대의 요구에 미흡했던 점이야 어찌 한두 가지였겠는가. 정작 예술작품의 생산이 부진한 바 있었고 행동의 대열이 흐트러진 적도 많았으며, 도대체 문화민족의 체통에 값하는 문학단체를 만들기에 힘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오늘 이 숨가쁜 역사의 고비에서 우리 모두가 크게 깨우치고 다짐하며 거듭남으로써만 개인으로서도 살고 집단으로서도 역사의 심판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참다운 민족문학을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구심점을 마련하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싸움에 더욱 알차게 기여하고자, 기존의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확대·개편하여 /'/민족문학작가회의/'/를 창립하기로 뜻을 모으고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결의를 밝힌다.
1.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이다. 이를 위해 우선 투옥문인을 포함한 모든 양심수가 석방·복권되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일체의 제약이 철폐되어야 한다.
1. 땀흘려 일하는 평범한 다수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국가의 근본이며 이들이 자기 삶의 당당한 주인노릇을 하는 사회가 참된 민주사회이다. 지금 이 땅의 노동현장과 생활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민주의 권리주장은 역사의 순리로 존중되어야 한다.
1. 민족의 사활이 걸린 통일문제는 한반도 민족성원들의 자주적 결단에 맡겨져야 하며, 정부당국과 일부 외국인들이 그 논의를 독점하는 사태부터 먼저 시정되어야 한다.
1. 민족통일과 민주주의 실현의 과제는 문학만으로 풀 수 없는 역사의 큰 일감인 동시에 문학을 통한 생생한 현실점검과 뜨거운 북돋음, 인류문화의 공동유산에 대한 문학인의 개방적 자세와 민족전통에 대한 끈덕진 애착을 보태지 않고서는 이루지 못할 지난한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무엇보다도 우리들 스스로의 이기주의·타협주의·도식주의와 준엄히 싸우며 참다운 민족문학의 건설에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1987년 9월 17일 민족문학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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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