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인사말]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베트남작가동맹>의 방한을 환영하며

현기영 /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안녕하십니까?
제8회째를 맞는 올해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는 참으로 뜻깊은 자리가 될 듯합니다. 휴 틴(Huu Thinh) 베트남작가동맹 서기장을 비롯해, 안 득(Anh Duc) 부서기장 낌 호아(Dao Kim Hoa) 투이 마이(Tran Thi Thuy Mai) 선생 등 베트남작가동맹 소속 문인들 네 분이 한국을 방문해 민족문학작가회의와 /'/아시아의 평화와 문학/'/이라는 주제로 이 땅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문학교류를 갖기 때문입니다.
1992년 12월 한국과 베트남이 국교를 맺은 지, 꼭 10년이 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두 나라 사이에는 활발한 인적 경제적 교류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상품을 파는 동남아의 또 다른 /'/시장/'/ 또는 새로운 /'/관광지/'/라는 측면에만 머물러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없지 않습니다. 다른 점보다는 닮은 점이 더 많은,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놓여 있는 이른바 /'/과거사/'/ 문제는 관심 밖의 사안으로 묻히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문학은 무엇보다 /'/기억/'/과 깊이 관련을 맺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베트남이 /'/평화의 21세기/'/를 맞이하려면 말과 글로써 기억을 복원하는 두 나라의 문인들이 모여 /'/과거사/'/를 공유할 때 그 의미가 더 깊어지는 것입니다.
이에 한국과 베트남의 문인들은 지난 2001년 1월 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합을 갖고 문학 교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정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이 합의정신을 존중하여, 한국과 베트남의 문학작품과 문학교류 사업이 활발해지고 두 나라 독자들이 상대방의 문학을 통해 서로의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런 점에서 베트남 문인들과 함께하는 이번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타성에 젖어 있는 한국문학에도 적잖은 자극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신 휴 틴 베트남작가동맹 서기장을 비롯해 방한한 네 분 문인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의 역사와 한국문학의 멋과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오늘의 이 역사적인 만남이 신동엽 시인이 말한 바처럼 "그, 모오든 쇠붙이"가 사라지고, 김지하 선생이 심포지엄 발제문에서도 밝혔듯이/'/진정으로 새로운 아시아적 가치/'/를 찾아가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