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북 작가대회 폐막 연회에서 소설가 김훈(왼쪽)씨가 서울 돈암초등학교 동창생인 북한 작가 남대현씨와 우연히 만나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 |
“어, 나도 그 학교 나왔는데…”
6·25 직후 서울 돈암초등학교를 나란히 다녔던 남북의 대표작가들이 50여년 만에 감격스럽게 해후했다.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 작가 김훈(57)씨와 북한 작가 남대현(58)씨. 24일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민족작가대회 폐막 연회를 마치고 나오던 남씨는 한국의 강태형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돈암 초등학교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들 뒤쪽에 있던 김훈씨가 이를 듣고 남씨에게 “돈암동에 있는 돈암초등학교를 나왔느냐”고 물었다.
둘은 기억을 짜맞췄다. 김씨는 6·25전쟁 중 부산으로 피난갔다가 휴전 후 돈암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남씨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전쟁 시기를 보낸 뒤 상경해 이 학교에 입학했다. 남씨가 “학교 모습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김씨는 “당시 학교 가운데 건물이 하나 있었고, 교무실과 교실 몇 개가 있었는데, 나는 운동장의 천막 학교에서 공부했다”고 답했다.
남씨는 “돈암동 전차 종점에서 살았다”고 했고, 김씨는 “우리집은 그 동네 소방서 망루 밑에 있었다”고 했다. 폐막 연회가 끝나고 나오던 중이라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두 사람은 서로 어깨를 툭툭 치고 포옹한 뒤 헤어졌다.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의례적인 인사말보다 더 속 깊은 작별의 정을 나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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