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적] 남북문화 해돋이
[경향신문 2005년 07월 19일]
고려시대 목은 이색은 ‘솟아오른 장백산과 험준한 철령관이 수천리에 가로놓여 있으니 하늘이 만든 험한 땅이라 가히 넘나들 수 없다’고 노래했다. 최초의 백두산기행문으로 남아있는 ‘백두산유록’을 쓴 영조때 실학파 선비 박종은 ‘석봉이 늘어선 것이 병풍을 두른 것 같고 높이 솟은 것이 군자와 같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불함산 태백산 장백산 백산 등으로 불린 백두산은 우리 겨레의 가슴에 살아 숨쉬는 민족의 영산이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 해설문에서 ‘산줄기가 요동들판을 가로지르며 일어나 백두산이 되니, 이 산은 조선 산맥의 한아비다. 한가닥이 남쪽으로 내달으며 치솟아 도봉 삼각산을 이루었다’고 적었다.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은 분단의 아픔을 겪어왔다. 민족의 문학도 단절된 채 이질화의 길을 걸어왔다. 백석, 정지용, 이태준, 오장환, 박태원 등 납·월북 문인들의 작품도 해금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뒤안길에 있었다. 얼마전 백석의 ‘사슴’은 한국현대시 100년사에서 우리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집으로 꼽혔다. ‘조선의 모파상’으로 불린 이태준, 청계천변 서민들의 삶을 그린 소설 ‘천변풍경’의 박태원,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라고 노래한 오장환도 잊혀진 작가들이었다.
백두산 관광길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문학쪽에서도 의미있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지난해 금강산에서 소설 ‘황진이’를 쓴 북한의 홍석중씨가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분단 이후 최초로 북쪽 작가에게 주어진 남쪽문학상이었다.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과 ‘황진이’가 남북간 저작권계약 1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연재 논설위원〉
기사전체보기
|
관련 언론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