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론]민족작가대회와 남북문학 연대

북핵 위기가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진정되는 가운데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남과 북의 문인 200여명이 '6·15 공동 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를 20일부터 25일까지 북한의 평양, 백두산, 묘향산 등지에서 연다. 이 대회는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문학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다. 이 대회에 대해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염무웅 선생이 지난 18일 '서울 출발 성명'에서 "이 만남은 분단문학의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며, 전쟁과 폭력에 신음하는 전 세계 민중들에게도 한 줄기 햇빛과 같은 밝은 소식이 될 것이다"라고 밝혀 그 의의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국권상실기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신간회 아래 민족문학이라는 취지로 좌우 문인들이 결집하여 저항하였던 일, 해방 직후 올바른 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민족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문학자 대회를 열었던 일 이후로 이러한 대회가 처음인 것이다.

더욱이 지난 1989년 3월 27일 남쪽의 민족문학작가회의 주축으로 남북 작가대회를 가지려 했으나 당시 국내 정세의 악화로 무산되고, 지난해 8월 다시 일을 추진하여 성사될 듯하다가 역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무기 연기되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더욱 감격에 젖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회의 성격으로 보아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말해도 지나친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 동안 남북 교류는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남북이 원만하게 통일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교류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정신적 문화적 동질성을 찾아내고, 남북 이데올로기에 발생하는 괴리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높은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고 작동시키기 위한 문화적 교류가 필수적이다.

문화 속에서도 특히 민족 언어를 통해 사상과 정서를 표현하는 문학은 우리 민족의 고유 정서를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민족적 동질성을 추구함은 물론, 통합 이후의 민족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족통일의 바탕을 다지고 앞당기는 데에 필수적이다.

또한 기존에 해 왔던 여타 남북 교류가 시나리오에 따른 연출로 말미암아 일정한 한계를 가졌다면 문학은 이와 달리 정서와 꿈을 본질적 속성으로 한다.

비록 시나리오적 연출도 있겠지만, 남북 문인들이 만나게 되면 본능적으로 정서와 꿈의 소통을 통한 시나리오 너머의 민족적 정체성과 지향성이 확인되고 생성될 것이다. 그것은 머릿속에서 계산하여 의도적이고 계몽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절절하게 울려나오는 정서적 연대에 따른 것이므로 그들의 이번 체험에 입각한 글들은 이후 남북통일의 분위기와 흐름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리라 본다.

그 점에서 우선 이 대회는 단순히 문인들의 축제나 화합의 자리가 아니라 민족문학의 전체성을 의식하고 그 전체성을 복원하는, 아니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 민족문학의 전형을 마련하여 다가오는 통일민족국가의 문화적 초석을 놓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60년 동안 단절된 민족문학사를 복원하고 통일문학사를 써 가는 원년(元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쪽의 실생활이 가감 없이 전달되고, 북쪽의 실생활도 가감 없이 전달되어 구체적 역사 현실 속의교류가 이루어지는 민족문학인 대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랬을 때 문학적 교류가 어느 한 쪽으로의 흡수 통합이라는 통일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김경복(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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