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정동칼럼] 남북 민간교류 더 넓히자

입력: 2005년 07월 21일

〈김민남/동아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지난해 5월 평양과 원산을 방문한 적이 있다. 5박6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특히 원산 방문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여서 평양에서 원산으로 이어진 고속도로의 초입에 들어섰을 때의 그 가슴 설렌 묘한 기억은 지금도 찡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60년 긴 세월의 강을 사이에 두고 바로 손이 닿는 지척의 거리에서 살아왔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더께와 체제의 장벽에 가려 손 한번 제대로 내밀 수 없었고, 내왕은 더더구나 불가능한 채 그렇게 갈라져 살아온 북녘 동포 삶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남북협력은 선택아닌 흐름-

그때 우리의 북한 방문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북한 어린이돕기 민간단체가 지원, 건립한 평양어린이병원 및 두유공장 준공식 문제를 북측 관계기관과 논의하는 일이었다. 다른 하나는 북한 동해안지역 어린이들의 영양급식을 돕기 위한 두유공장을 원산에 세우는 계획을 북한의 강원도측과 협의하는 일이다.

마침 그 당시 북한에서는 용천역 대폭발 참사가 터졌다. 남측의 몇몇 민간교류지원단체들이 발 벗고 나섰고, 이 때문에 우리가 묵었던 평양 보통강호텔은 남한에서 온 민간단체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사고현장 접근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그 이후 북핵문제 등이 겹쳐 남북관계는 근 1년여 동안 냉각기를 거치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지난달 17일 김정일 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면담을 계기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민간 차원의 교류와 지원이 크게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2005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북한 남녀축구대표팀 선수 47명이 오는 26일 한국에 온다. 남과 북의 문인 200여명이 참가하는 민족작가대회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북한의 평양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백두산과 개성 등 북 직행 관광이 본격 궤도에 들어설 전망이다. 지난 16일 현대그룹과 북한은 원산에서 만나 두 지역에 대한 시범관광을 8월 중에 실시하고 올해 안에 일반인 관광을 본격화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남북은 또 1945년 끊어진 남북간 통신망을 60년 만인 지난 18일 광케이블로 다시 연결했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남북공동행사들도 현재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물론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언제 어떤 일로 지금의 고무적인 남북관계가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질지 알 수 없는 것이 그동안의 양측 관계가 아니었느냐는 반문과 비판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노력과 교류·협력·지원은 이제 멈출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요 민족적 과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제1야당의 전향적 자세 등으로 보면 사회적 합의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이제 우리의 선택 단계가 아니다. 서서히 재편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와 세력구도, 한반도 전쟁 방지 및 평화체제구축과 관련한 동북아평화 공동체 지향, 보이지 않는 한·미·일 관계의 점진적 변화 등은 한반도의 장래와 직결되어 있다. 치밀하게 계산된 중국의 동북아공정사업과 대북한 교역·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력 증대 및 그들의 몸에 밴 중화사상, 동북아에서의 러시아 세력 약화, 미국의 자국 중심 세계화전략,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은 우리의 국가적 관심과 철저한 대응을 요구하는 국제적 흐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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