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현장기자―정철훈] 작가회의와 문학포럼

[국민일보 2004-11-10 18:35]

“회원들에게 사적으로 술을 가장 많이 산 사람은 김상현 전 국회의원일 겁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여러 차례 작가들의 뒤풀이 모임에 양주를 보내왔지요.”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9일 마련한 기자회견장. 18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릴 기념 행사를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다소 격양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0년 동안 창립 기념행사를 대외적으로 치르기는 김영삼 정권 시절에 한 차례를 포함해 겨우 두 번째이기 때문.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작가적 양심을 걸고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던 작가회의였던 만큼 그동안의 행사는 경찰의 눈을 피해 서울 청진동의 한 식당에서 몇몇 회원이 모여 축하주를 나누는 정도에 그쳐야 했다.

작가회의는 알려진 대로 1974년 11월18일,지금의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 자리에 있던 의사빌딩 계단에서 시인 고은씨가 ‘문학인 101인 선언’을 낭독하며 출범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를 전신으로 하는 진보적 문학인 단체. 101명의 회원은 30년이 지난 현재 12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올 행사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를 보내올 만큼 위상이 크게 바뀐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가회의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 중심의 문화적 분파주의를 극복하고,현장과 이슈가 살아 있는 문학실천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단 고은 조정래 임헌영 송영 김영현 등)의 출범이 그것.

깃발을 올린 지 한달만에 250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 단체의 출범이야말로 작가회의의 공과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회장단의 일원인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작가회의는 민족문학이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위기상황”이라며 작가회의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평소 “작가들이 굳이 무리를 이룰 필요가 있느냐”며 각종 문학단체의 임원 및 지도부 제의를 고사해온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가 흔쾌히 참여를 수락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문학평화포럼은 작가회의 창립 30주년 행사를 의식해 내년 1월에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두 단체가 우리 문학계의 진보와 변혁을 주도하는 선의의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철훈(문화부)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