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의 힘…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유신시절 '펜' 하나로 민주화 깃발 높이 들어
회원 101명이 1100명으로… 어른스러워져야
'민족문학작가회의'서 '민족' 빼자는 의견도
입력 : 2004.11.09 18:45 16' / 수정 : 2004.11.09 19:02 02'
▲이시영(시인)=문인들이 대(對)사회 발언을 한 것은 당시 조선·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운동과 쌍생아로 출발했다. 선언서에 이름을 적은 정현종 시인은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에서 해직되었고, 시인 이가림 대전MBC PD도 직장을 옮겼다. 그때 26세 청년이었던 나는 송기원과 함께 총무로 일했다. 창립일이면 서울 청진동 추탕집 ‘남산집’에서 동지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김정환(시인)=30주년 행사의 모토를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로 정했다. 너무 잘난 척하지 않고, 우리 모두 즐겁고 겸손하자는 의미다.
▲이시영=’문학인 101인 선언’ 직후 종로경찰서에 끌려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고은 선생은 무릎을 걷어차이고 있었고, 윤흥길의 소지품에서는 ‘아홉켤레 구두’ 메모가 나왔다. 송기원은 돼지 판 돈을 갖고 올라와 등록을 안 하고 거기 온 게 잘못이었고, 나는 대학원 제출용 리포트 ‘이용악론’이 문제였다. 경찰차가 출발할 때 건너편 길가에서 황석영이 브이(V)자를 그려 보이며 유유히 웃고 있었다.
▲김정환=80년대는 하도 농성이 많았던 시절이라 따로 모임 소집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문인 농성 때 DJ는 양주 한 병씩을 보내주었다. 술을 제일 많이 산 사람은 정치인 김상현씨였다.
▲이시영=가장 어려웠던 74~80년까지 자실을 이끈 것은 고은 선생이었다. 이때 ‘좌(左) 이문구, 우(右) 조태일’이 보좌했는데, 공교롭게 두 분 모두 작고했다. 소설가 박태순씨도 고은 시인을 도운 3인방 중 하나였다.
▲김정환=우리 민초들의 삶과 함께한 가수 이미자·김민기, 연극인 백성희, 만화가 고우영 등 4명에게 우정상을 수여하는 것도 뜻깊다. 이분들에게는 자서전을 쓰라고 원고지 2000장을 선물할 생각이다.
▲이시영=80년 쿠데타 이후 자실은 활동을 중단했다. 84년 제2기 자실이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김정환·채광석 시인 등의 새로운 피가 대거 수혈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인이 된 채 시인은 명예 사무총장으로 추서하기로 했다.
▲김형수=시판화전 ‘21세기를 노래하는 새로운 목소리들’ 참가 시인 25명 중 작가회의 회원은 절반도 안 된다. 회원 여부에 상관없이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젊은 시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추적하자는 취지다. 출범 당시 101명의 회원이 1100여명으로 증가했으니, 더 어른스러워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경자=젊은 회원 중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라는 이름 중 ‘민족’이라는 말을 이제는 빼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70년대식의 긴장감은 조금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신 더 너그럽고 따뜻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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