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됐을 때 저만 살겠다고 달아났던 선장과 승조원들은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유족들에게 진실 인양하는 것만이 유일한 책임일 텐데 이 대통령과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역시 돈으로 시작한 이 비극적 참사를 돈으로 회유하기 위해서 유족들의 슬픔과 희생자들의 죽음마저 모욕하고 있습니다. 보상금은 돈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가져가고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304명의 희생자와 아이들을 돌려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 소설가 이시백
세월호 참사 358일째인 8일 낮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텅 빈 커다란 깃발을 든 사람들이 모여 <예술, 진심을 인양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막는 정부의 시행령 안을 폐기하고 선체를 인양해 세월호의 ‘진실’과 ‘진심’을 인양하자는 문화예술인들의 행동, <연장전延長戰> 돌입을 알리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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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358일째인 8일 낮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텅 빈 커다란 깃발을 든 사람들이 모여 <예술, 진심을 인양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
참사 200일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 27일,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은 ‘잊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행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장전>이라는 말에는 세월호 진상규명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는 ‘연장전’에 돌입하겠다는 의미와 문화예술인들 스스로 자신의 ‘연장’을 들고 나서겠다는 의미 두 가지가 담겨 있다.
소설가 윤정문은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자기가 최종 책임자라고 얘기했다. 그 최종 책임자는 세월호 인양을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인양은 검토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의무사항”이라며 “세월호를 인양해 이 참사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늘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은 “진실의 반대편에는 거짓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망각이 있다고 했다. 세월호에 관련된 사항은 망각을 향한, 망각에 대항하는 투쟁”이라고 말했고,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사무총장은 “기억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함께 실천해 달라”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사진가 김민호는 “304명의 죽음에 대해 침묵하지 마시고 그 죽음에 대한 진상을 꼭 규명해 주세요”라고 호소했고 풍물꾼 하애정은 “제대로 밝혀지고 제대로 책임지는 사회에서 제대로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설가 차현숙은 “작년에는 제 개인적인 일로 한 번도 이곳에 오지를 못했다. 오늘 처음 왔는데 꽃을 사가지고 왔다. 그 꽃에다 이렇게 한 마디를 적었다. ‘세상에 어떤 꽃들이 너희들보다 더 아름다우랴. 미안하다. 이 어른들을 용서하거라’… 그리고 이 아픈 꽃들의 어머님, 아버님, 정말 죄송하다. 얼마나 원통하고 분하시겠습니까”라며 “부모님들의 원통함과 분함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전 국민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사진작가 노순택은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한국사회가 침몰해가는 과정을 기록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며 “저희가 지금 단지 배 하나를 건져 올리자는 것인가. 진실을, 사람을 건져 올리자는 것이다. 그것을 국가가 방해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는데 그 소원을 우리 사회가 받아 안지 못한다면 그게 ‘침몰’ 아니겠는가. 그 침몰을 막아보자고, 함께 진실을 건져올려 보자고 저희 문화예술인들도 나섰다”고 밝혔다.
“세월호 가족들이 죽도록 노력해 온 모든 것들, 엉터리 시행령으로 짓밟혀”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산 단원고 2학년 10반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김영오 씨도 참석해 유가족들이 ‘삭발’까지 하며 반대하는 ‘정부 시행령 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영오 씨는 “정부는 우리 세월호 가족들이 그동안 죽도록 차라리 죽어보지도 못하고 인내하고 노력해 온 모든 것들을 이 엉터리 시행령으로 무참히 짓밟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우리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며 “이 시행령은 세월호 특별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쓰레기 시행령이라는 것을, 따라서 이 시행령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려 이 자리에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김영오 씨는 정부의 시행령 안이 △면죄부를 주고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으며 △안전사회 건설 의지가 없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오 씨는 “정부 안에서는 42명의 파견 공무원 중 9명을 해수부 사람으로, 8명을 해경 사람으로 채우라는 것이다. 조사대상인 사람에게 조사를 총괄하는 권한을 주어 특조위를 장악하게 해, 특조위 독립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훼손시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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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인들의 '새야, 새야'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또한 조사 범위를 정부조사결과 분석 및 조사로 축소된 점, 직원수를 3/4로 줄인 점, 안전사고 범위를 ‘선박과 해양사고’로만 국한시켜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이라는 세월호 특별법의 목적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김영오 씨는 “우리 유가족은 이미 가장 소중한 아들딸을 잃었다. 그런데도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를 만들고자 이런 노력까지 하는 것을 무참히 저버린,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다른 생명을 영원한 꽃으로 별로 기억되게 해 주고 싶기 때문”이라며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고 죽는 것보다 괴롭게 사는 우리들의 단 한 가지 바람이다.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최윤민 학생의 언니 최윤아 씨는 “이번에야말로 동생을 지키고 싶다. 아이들, 희생자들의 죽음이라도 지키고 싶다. 꼭 지키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연장전>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는 11일 오후 1시부터 12일 오후 5시까지 1박 2일로 진행된다. 사진가들은 <기록에 대한 강박과 애도의 갈림길에서>(11일 오후 1시~4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라는 전시를, 문학인들은 <세월호, 기억하고 공감하고 상상하다>(11일 오후 3시~5시 30분, 광화문 광장)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연극인들은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재난 이후 한국 연극>(11일 오후 4시~6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토론회를, 청년예술가들은 <사회변화를 위한 예술운동의 새로운 방향 설정>(11일 오후 7시~9시, 광화문 광장) 토론회를 준비했다.
이밖에도 <연장전> 풍물연합의 <진실을 인양하라, 책임을 규명하라> 개막굿, 미술인들의 <진실과 사랑을 그리다> 미술전, 만화인들의 <진실을 인양하라> 만화전, <세월호, 기억은 계속된다> 영상제, 연극인들의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연극 등의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연장전>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참여하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12일 오후 3시~5시, 광화문 광장)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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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실종자 가족, 유가족, 시민들이 세월호 시행령 폐기 및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며 피케팅과 서명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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