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의 벽’ 타일제작 제주서 개최...“잊지 않고 슬픔 나누고파”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해난사건 ‘세월호 침몰사건’이 발생한 지 1년(2014년 4월 16일)을 앞두고 있다.
사망·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세월호 사건으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자 만들어진 진도 팽목항 ‘기억의 벽’에 붙일 타일 제작행사가 제주에서도 열렸다.
‘천개의 그림타일로 만드는-세월호 기억의 벽’ 행사가 14일 오후 1시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한 제주문학의 집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한국작가회의, 어린이도서 연구회, 월간 <어린이와 문학>, 진도 민주사회단체협의회가 함께 추진하는 ‘세월호 기억의 벽’ 사업의 일환이다.
 |
|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있는 기억의 벽. ⓒ오마이뉴스 임현철. |
기억의 벽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그림이나 문구가 그려진 타일을 모은 조형물로, 세월호 침몰 해상과 인접한 팽목항 내 방파제에 붙여져 있다.
타일은 전국 각지에서 제작했으며, 제주는 14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동시에 제작 행사가 열렸다. 서귀포시는 제주시보다 2시간 앞선 오전 11시에 개최됐다.
제주에서는 제주작가회의, 어린이도서연구회 제주지회, 대안학교 보물섬, 그림책미술관 미추, 제주 한살림협의회, 곶자왈 작은학교, 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 설문대어린이도서관 등에서 타일제작에 동참하겠다고 신청했다.
조기에 신청이 마감될 만큼 큰 관심을 모은 이날은 문학의 집 강의실이 발 딛을 틈도 없이 가득 찰 만큼 성황을 이뤘다. 400장 가량 준비한 타일은 아이들의 손에 쥐어져, 어른들의 잘못으로 안타깝게 세상과 이별한 형, 오빠, 언니, 누나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그려졌다.
 |
| ▲ 14일 제주문학의 집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벽 타일 제작 행사 현장. ⓒ제주의소리 |
 |
| ▲ 14일 제주문학의 집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벽 타일 제작 행사 현장. ⓒ제주의소리 |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이었다. 서툰 글씨 솜씨에 색칠과 그림도 서툴지만, 안전한 세상에서 자라나고 싶다는 소망이 '15×15cm' 크기의 타일에 담겨있었다.
9살, 6살 자녀와 참석한 김종훈(38)씨는 “세월호 사건 이후 마음으로만 슬퍼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자녀들과 함께 이곳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곳에 오기 전 자녀들에게 세월호 사건을 설명해줬다는 김 씨는 “‘왜 배가 침몰했어요’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했다”며 “작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 세상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더불어 살고있다’는 사실을 자녀들이 알았으면 한다. 나아가 이웃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성품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바람을 남겼다.
8살, 6살 자녀와 함께한 성정은(37)씨도 “차가운 물속에서 세상을 등진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들에게 미안하고, 또 세월호를 계속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아이들과 함께 했다”고 밝혔다.
 |
| ▲ 학생, 부모들이 함께 그린 타일. 타일은 작업 과정을 거쳐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붙여진다. ⓒ제주의소리 |
 |
| ▲ 그림 그리는 아이를 돕는 아버지. ⓒ제주의소리 |
 |
| ▲ 그림 그리는 아이를 돕는 아버지. ⓒ제주의소리 |
성 씨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슬프게도 아직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보다 건강하고 진실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학생들이 만든 타일은 가마에 구워진 뒤, 진도 팽목항 방파제로 옮겨진다. 그리고 ‘기억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방파제에 붙여져 세월호에 대한 수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바람을 간직하게 된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이종형 작가(제주문학의 집 사무국장)은 “타일 제작 행사에 보여준 큰 관심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세월호 비극에 대한 슬픔을 간직하고, 그 슬픔을 함께 나눠서 짊어지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아직 아이들은 자신이 그리는 타일 속 의미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혹시 팽목항을 들려 자신이 그린 타일을 확인하거나 앞으로 성장하면서 틀림없이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 한국작가회의는 세월호 기억의 벽 작업을 비롯해 1주기를 맞아 팽목항 방문 등 다양한 추모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 ▲ 타일을 바라보는 아이. ⓒ제주의소리 |
 |
| ▲ 14일 열린 세월호 기억의 벽 타일 제작 행사에 참여한 학생의 작품. ⓒ제주의소리 |
관련 언론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