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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 대학교수의 학력위조 문제로 세간이 떠들썩한 적이 있다. 그 사건을 기억하는 이유는 학력위조라는 범죄가 불러일으킨 공분에 편승해 사적인 편지와 사진까지 몇몇 언론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편지를 읽고 작가의 시각으로 논평해달라는 청탁을 받았지만 당연하게도 거절했다. 소름이 돋는 듯했다.
어쨌든 나는 학력위조를 자행한 그 대학교수의 행위를 두둔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에게 그런 행동을 하게끔 부추긴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말하고 싶기도 하다. 위조를 해서라도 외국 명문대학의 졸업장을 갈구하지 않을 수 없게끔 강렬한 욕망을 심어준 그 보이지 않는 손은 과연 누구의 손인지. 사람이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는 시대. 증명서가 아니고는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열정과 재능은 손톱 만큼도 알아보지 못하는 시대. 이 시대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손이 아닐는지. 이제는 누구도 자신만을 믿을 수는 없다. 명문대학의 졸업장을 손에 쥐지 못했다면 말이다.
이런 증명서 의존의 경향은, 그러니까 증명서가 없는 사람에 대한 불신은, 다른 한편으로 증명서를 지닌 사람에 대한 과신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를 이룬다. 그가 누구이냐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꾸리며, 어떤 인격의 소유자냐를 따지기 전에 그가 서울대 출신이거나 외국 명문대 출신이라면 모든 게 일사천리다. 또한 총리로 지명되었으니 좋은 사람일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라는 식의 역전현상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증명서 없는 이들은 쓸쓸할 것이다. 하지만 오래 전 실존주의자들은 이미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 증명서 없이 지구라는 행성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진정한 연대가 이뤄진다는 사실도.
<2010.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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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