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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존재를 뒤흔드는 사건들의 우연한 출몰을 숙명처럼 감내하는 여러 장소의 여자 이야기
2000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 안덕훈의 첫 소설집 <독한 여자>가 등단 9년 만에 출간됐다. 이번 작품집은 등단 작품인 ｢당신의 괘종시계｣를 포함하여 10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묶었다.
작가 안덕훈은 임의로 선택된 명명법에 갇혀 삶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참담한 현실을 숙연한 침묵 속에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삶과 죽음의 무한한 능선을 걷는다. 그녀들은 그 식물적 수동성으로 인해 어떤 존재보다도 오래 머무는 강렬한 잠재력을 지닌 존재이다. 작가 안덕훈은 우리 소설문학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소설이 지닌 최대의 예술적 성취는 바로 가장 미미한 존재에게서 강렬한 생-충동이 번져나도록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 안덕훈은 비틀리고 찢기고 덧대고 덧입혀진 그녀들의 생을 묵묵히 지켜봄으로써 자신의 작품을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일련의 여성소설과는 변별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작가의 시선은 눈에 의존하여 생의 단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 그리고 마음에 의존하여 그녀들의 생 전체를 느끼고 어루만진다. 작가 안덕훈은 육신의 감각으로 그녀들의 궤적을 밟는다. 여자 이전의 무엇인 그녀가, 어머니ㆍ딸ㆍ아내ㆍ애인 이전의 무엇인 그녀가, 어떻게 하여 여자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딸이 되고, 아내가 되고, 애인이 되었는지를, 그녀의 발자국이 어떻게 어디로 나 있는지를, 그 발자국에 작가 자신의 발을 얹어 따라 걸으며 그녀의 생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 안덕훈의 ‘여성-되기’이다.
작가 안덕훈은 멜빌의 ｢바틀비｣ 그리고 쿳시의 ｢마이클 K｣처럼 ‘무력함’을 자기 실존의 가장 강력한 표현수단으로 삼는 존재의 형상에 성공한다. 인간 본성의 사회적 기원에 대한 탐구, 인간관계의 수렴과 발산의 양식 등을 작가 안덕훈에게 기대해 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의 첫 소설집 <독한 여자>는 한국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삶과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문학-되기’의 진경에 읽는이를 동참시킨다.
<작가 소개>
작가 안덕훈은 1965년 서울 삼선동 달동네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 외곽의 마천동으로 이사, 도시빈민으로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잡다한 책을 읽으며 전투경찰에 돌을 던지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십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늦바람이 나 글을 쓰기 시작하여 2000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그후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막막해진 생계 때문에 노동판이나 사교육 업계를 전전하며 간간히 문예지에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09년 첫 작품집 독한 여자를 펴낸 것을 계기로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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